1조 들인 포스코 공장 건설 결국 중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포스코가 포항에 짓고 있는 제강공장이 군의 고도제한에 걸려 준공을 앞두고 공사가 중단됐다. 건축허가를 내준 시당국의 실수로 빚어진 일인데 관련 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또 근로자들은 국방부 청사까지 몰려가 시위를 벌이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신제강공장 전경. 꼭대기 쪽의 하늘색 포장으로 둘러처진 부분까지가 고도제한선(66.4m)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 20만㎡ 부지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신축 중인 제강공장 공사를 20일 중단됐다. 당시 공정률 93%였다.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포스코는 지금까지 공장 건립에 투입된 1조3000억원 등 1단계 투자사업 2조1000억원의 회수가 어려워진다. 공사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1500여 명은 23일 포항 해군6전단 앞에서 “포항공항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6일 오후 3시부터 국방부 앞에서 노숙시위를 벌였고 27일에도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제강공장 건설과 관련된 하청업체는 모두 64곳이다.

단추는 2008년 6월 건축허가 때부터 잘못 꿰어지기 시작했다. 포항시가 군당국과 협의도 없이 덜컥 건축허가 승인을 해 준 것이다. 포스코의 신제강공장(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강철·스테인리스 등으로 가공하는 공장) 부지는 포항공항에서 2㎞ 떨어진 비행안전 5구역이어서 높이 66.4m 이상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건물 설계도에는 이보다 19.4m나 초과한 85.8m로 돼 있어 포항시가 군당국과 협의만 했어도 설계변경이 가능했다.

그런데 착공한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7월 군당국이 이를 알고 포항시에 공사 중지를 요청했고, 포항시는 한 달여 만에 고도제한(66.4m) 초과 부분에 한정해 공사 중지 통지를 했다. 포스코와 포항시는 군사시설보호법(10조 5항)에 ‘비행 안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관할 부대장의 재량으로 고도제한 이상의 건축물 설치를 허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기대를 걸고 백방으로 호소했지만 국방부의 반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문제는 포항시의 요청으로 5월부터 국무총리실·국방부·국토해양부 등 10개 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포스코는 “항행을 위한 안전장치를 보완하는 대신 고도제한을 완화해 신제강공장을 양성화(합법화)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포스코 신제강공장은 군과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행안전구역 고도를 초과한 건축물”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규정을 위반한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할 경우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호 시장은 “고도제한선을 고집하다 신제강공장이 해체되면 포스코가 예정해 둔 9월부터 2년간 3조6000억원의 투자도 물 건너간다. 당장 연인원 300만 명의 일자리(임금 6000여억원)가 날아가고 200여 개 관련 기업이 쓰러질 판 ”이라고 말했다.

포항=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