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가운데 미군시설물 1700억 들인 도로 낮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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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기도 의정부시내의 만성적인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1993년부터 10년째 진행 중인 3번국도 우회도로(서부순환도로) 개설 공사가 미군부대 측의 버티기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의정부시는 호원동 다락원 입구∼녹양동 17호 광장간 8.3㎞ 구간(왕복 6∼8차로) 중 가릉1동 미군부대(캠프 레드크라우드) 앞 1.1㎞를 제외한 7.2㎞를 지난해 3월까지 모두 개통했다.

그러나 미군부대 앞 구간의 경우 아직까지 이전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1천7백억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된 우회도로 공사가 착공 10년이 지나도록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군 측이 "도로부지에 있는 시설물을 부대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회도로에 편입되는 미군 기지는 기존 도로와 접한 길이 1천94m·폭 40m(왕복 8차로)·면적 5천6백98평 규모로 한국이 미군에 무상으로 제공한 공여지(供與地) 26만8천평의 일부다. 이곳에는 통신대와 수송대 막사·복지회관·소방서·유류저장고 등 크고 작은 26개 시설물이 있다.

이에 대해 시는 "미군으로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인데다 80억원 가까운 시설물 이전비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느라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온종일 극심한 병목현상을 겪는 미군부대 주변 지역의 교통난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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