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4대강 … ’ 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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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MBC는 17일 PD수첩 ‘4대 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방송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날 밤 11시15분에 방영 예정이었던 ‘4대 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2008년 9월 4대 강 살리기 계획의 기본 구상을 만들기 위한 비밀팀이 조직됐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MBC는 이날 김재철 사장이 참가한 가운데 오후 6시 임원회의를 열어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국토해양부로부터 사실관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받은 이상 명확하지 않은 사실이 방송될 경우 회사가 질 부담을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MBC는 광우병 파문 이후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방송에 대해 상위 책임자가 참여하는 회의를 요청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사전 시사를 요구했으나 PD수첩 제작진이 거부, 불가피하게 방송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방송을 준비하면 아직 방송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PD수첩 제작진은 반발하고 있다. 김태현 책임 PD는 “공정방송규약에도 없는 사전 시사를 회사가 요구해 왔다. 담당 국장이 방송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경영진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PD수첩이 경영진에 의해 불방되는 것은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방송편 이래 20년 만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밤 제작진 등은 경영진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에 “‘4대 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보도자료가 사전 배포돼 허위사실이 확산하고 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었다. 국토해양부는 “비밀팀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2008년 11월 5일 장관 결재를 받아 전담팀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기록만으로는 프로그램 내용이 명백히 진실이 아니고 방송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4대 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서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4대 강 살리기 계획의 기본 구상을 만들기 위한 비밀팀이 조직됐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강혜란·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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