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들 '勞總 갈아타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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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지부진한 투쟁노선에 실망했다. 선명성이 강한 민주노총으로 가겠다."(김운수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투쟁 일변도 노동운동에 지쳤다. 협상으로 실리를 찾는 한국노총을 택했다."(성병일 효성나이론 노조위원장)

올 들어 상급단체 변경을 결정한 두 노조 지도부의 변(辯)이다. 단위사업장이 실리를 좇아 상급단체를 바꾸는 등 노동계 판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상급단체 바꾸기 바람=노동부는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전국에서 41개 노조가 상급단체를 변경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중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한 노조가 4곳이고,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갈아탄 곳이 8개다. 광운대 노조 등 6곳과 호남석유화학 노조 등 5곳은 상급단체가 없다가 각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경인항운노조 등 6개 노조는 한국·민주노총에 소속돼 있다가 최근 상급단체를 버리고 무소속으로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

◇변경 이유=상급단체의 노동운동 방식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6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옮긴 철도노조 관계자는 "협상 중심인 한국노총 노선에 한계를 느껴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의 철도산업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총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민주노총에서 한국노총으로 옮긴 동양금속 노조의 강창구 위원장은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교섭권을 연맹에 모두 일임해야 하는 등 정작 단위사업장 노조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며 "노사문제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민주노총에 회사와 노조가 모두 반대한 것이 탈퇴 동기였다"고 밝혔다.

◇제3노총도 꿈틀=당연히 양대 노총은 산하단체 이탈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노총의 고위 간부는 "지난 봄 공공부문 연대파업 당시 산하조직 투쟁지원에 올해 예산의 10% 이상을 쏟아 부었다"고 털어놨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민주노총은 산하 노조에 대한 교육지원을 강화하고 노사갈등시 연대투쟁을 통한 일체감 부여에 힘을 쏟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두 노총이 산하조직에 선명성을 과시하기 위해 무리한 파업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등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두 노총의 위상변화에는 현재 설립추진 중인 제3노총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지하철노조의 배일도 위원장은 "지나치게 투쟁에 의존하는 기존 노동운동 노선에서 벗어나 국민경제를 생각하고 노사간에 실리를 찾는 현실적 방향으로 노동운동을 전개할 제3의 노총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산하의 서울지하철노조와 한국통신 노조, 한국노총 산하의 도시철도연맹·한국전력·공공서비스연맹·정부투자기관노조연맹 등이 새 노총에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노조연대회의의 이경식 대외협력위원은 "제3노총이 설립되면 양 노총 산하 노조들의 이탈이 가속화해 노동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봉수 기자

lbso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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