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원주인 지역민에게 돌려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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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광주·전남 지역 상공인들이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에 따라 매물로 나온 광주은행의 인수를 추진한다.

박흥석(65·광주방송 사장·사진)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5일 “목포·여수·순천광양 상공회의소와 함께 광주·전남 지역 자본으로 광주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를 비롯한 지역 상공인들은 정부가 제한입찰이나 지역자본 가점제를 적용해 광주·전남지역 주도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68년 광주·전남지역 상공인 등이 설립한 광주은행은 2000년 공적자금 4418억원을 투입받고,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됐다.

-정부는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할 방침인데, 어떻게 인수할 것인가.

“정부가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시장논리만 앞세우면 안 된다. 투입한 공적자금과 이자 정도만 회수하고, 원래 주인인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게 마땅하다.”

-지역민들이 광주은행을 되돌려받아야 하는 이유는.

“원래 지역민들이 출연해 만든 은행이다. 지역민들의 희생도 컸다. 98년에는 어려움에 빠진 광주은행을 살리기 위해 지역민들이 주가가 1700~2000원일 때 5000원(액면가)에 출자해 1000억원의 증자를 도왔다. 정부가 우리금융에 편입시킬 때 ‘3년 안에 정상화해 되돌려준다’고 약속했었다. 이제 10년이 지났다. 정부가 신뢰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

-전북은행이 광주은행 인수 의사를 밝혔다.

“우리 지역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광주·전남과 전북을 구분하기보다 합쳐 생각하는 게 좋기는 하다. 그러나 먼저 정부가 광주은행을 광주·전남 지역민에 넘겨 주고, 그 다음에 필요하다면 전북은행과의 파트너십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인수자금을 조달할 능력은 있는가.

“대주·금호·삼능·남양·금광그룹 등 지역 간판기업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처음에는 걱정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은행’을 만들자는 데 모든 상공인이 한마음으로 뭉쳤고, 인수자금을 지역 내에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광양제철소·GS칼텍스·LG화학 등 지역에 주력 사업장을 둔 대기업이나 출향 인사들의 기업도 스스로 참여하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광주은행의 지분 50%+1주를 확보하려면 80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은행이 명실상부한 향토은행이 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가.

“그간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의 21%가 역외로 나갔다. 그만한 돈을 지역에서 활용하면 중소기업 자금 지원이 원활해지고, 주민들에게 양질의 금융 서비스가 제공돼 지역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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