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농업기술, 아프리카에 희망의 씨앗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하지만 아프리카 서민들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매우 어렵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민족·종교 분쟁 등 사회적 불안요소가 많으며, 특히 농촌지역이 매우 낙후돼 있다. 인구의 절반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결핵 등의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10억 아프리카 인구의 40% 이상이 절대 빈곤과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

선진국들이 막대한 원조자금을 투입해 아프리카를 돕고 있지만 상황이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아프리카가 ‘원조의 덫’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막대한 원조자금이 부패한 관료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고, 남은 원조자금 또한 ‘원조활동’에 필요한 선진국의 인력을 활용하고 물건을 수입하는 데 투입된다. 넘쳐나는 원조물자로 인해 국내 산업은 제대로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전시 목적으로 설치한 시설과 장비들은 선진국의 지원이 끊어지는 순간 흉물로 변해 버린다.

이러한 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이 되면서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GNI)의 0.25%까지 원조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공공개발원조 또한 1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대폭 늘렸다. 국제사회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경험’이다. 대한민국은 ‘빈곤 국가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선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유일무이한 사례를 만들어 냈다. 대한민국은 아프리카가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프리카는 농업발전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농업발전이 없이 국가경제를 재건할 수 없고, 농촌경제 활성화 없이 빈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으로 새마을운동을 일으켜 성공적인 농촌개발을 이루었으며,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농업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7월 초 서울에서 우리나라의 앞선 농업기술과 농촌개발 경험을 아프리카에 전수하기 위한 한-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 이니셔티브(KAFACI : Korea Africa Food & Agriculture Initiative) 출범식이 열릴 때 아프리카 16개국의 장·차관급 대표단이 한자리에 함께 모였다. 어떤 원조에도 무감각해졌다는 아프리카가 한국의 농업기술에 주목한 것이다.

우리 농업기술은 이미 아프리카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1972년부터 농촌진흥청의 초청훈련을 받은 425명의 전문가들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먹을 것을 직접 나누어 주면 몇몇 아프리카인의 허기진 배를 잠시 달래어 줄 수 있다. 하지만 농업기술은 아프리카 농촌의 구석구석으로 흘러 들어가 농민의 생활형편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김재수 농촌진흥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