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사업 반대 지자체장, 결국 주민 반발에 무릎 꿇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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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침번 서면서 ‘근무 중 이상무. 이상 발견 시 보고하겠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익명을 원한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얘기다. 충남의 4대 강 사업 관련 공문 내용에 관해서다. 충남도는 4일 국토부에 ‘4개 공구는 정상 추진 중이다. 문제가 발견될 경우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중앙정부를 대신해 충남도가 진행 중인 사업을 정상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본다는 거다.

현재 금강에서는 11개 공구에서 4대 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충남은 3, 4, 8-2, 9공구의 사업을 맡고 있다. 중앙정부가 대행을 위탁한 곳이다. 4곳의 사업비는 모두 2906억원으로 금강 전체 사업비 1조2463억원의 23.3%다. 충남도는 공문 발송 이후 국토부에 참고 서신을 보내 ‘충남 자체적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안을 만들어 9월까지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토부에서 특위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는 특위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대 강 사업은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쳐 예산까지 확정된 국가 사업으로 지자체가 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만든 특위에 참여하는 게 어불성설이란 이유에서다.

충남의 ‘입장 선회’에 대해 국토부 내부적으로 ‘공문을 통해 공식 절차를 밟아 대응한 것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의 지자체장들이 선거 과정과 당선 후 선명성 경쟁을 벌일 때 휩쓸리지 않고 차분히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부에선 ‘지자체장이 4대 강 사업을 반대해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주민과 지역 건설사들의 반발에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다. 사업권 회수 여부를 타진하는 방식의 우회적인 압박이 먹혔다는 거다.

충남도는 5일 "4대 강 사업은 문제가 있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도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도는 전날 이미 추진 중인 금강사업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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