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미혼모 85%가 학업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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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해 만 18세인 이영미(가명)양은 또래들이 수능 준비에 한창인 요즘 조용히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양은 고2 때이던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남자 선배들과 어울리다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부모님을 여의고 큰아버지 집에서 생활하던 이양은 7개월이 지나서야 임신 사실을 알았다. 눈에 띌 정도로 배가 불러오자 하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뒀다. 물론 학교에는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미혼모 지원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양은 출산 뒤 다시 공부를 할 계획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할 것 같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공부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미혼모의 대부분이 학업을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일 밝힌 ‘학생 미혼모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미혼모 중 84.9%가 중퇴, 휴학 등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35개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 미혼모 73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르면 임신 을 학교에서 알았을 때 ‘학교가 출산 후 복학을 권유했다’는 응답이 31.8%로 가장 많았고, ‘자퇴 권유’ 13.6%, ‘휴학 권유’ 9.1% 등 순이었다. 학교가 학생 미혼모의 학습권을 거의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학생 미혼모들의 공부에 대한 의지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58.9%가 “학업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답했다. ‘(매우) 약하다’는 5.4%에 그쳤다.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복수응답)로는 ‘최소한 고교는 나와야 무시당하지 않으므로(72.4%)’ ‘더 나은 미래를 위해(60.3%)’ ‘실패한 인생으로 끝나고 싶지 않아서(43.1%)’ 등을 꼽았다.

교과부 박정희 학교역량강화팀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다각적인 미혼모 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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