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워크아웃制 지지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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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5백만~1천만원의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다음달부터 5백만원 이상 대출정보가 모든 금융기관에 공개됨에 따라 소액 신용불량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다음달 중 출범시키려던 개인워크아웃 전담기구는 프로그램개발조차 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민주당 조재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백만~1천만원의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6월말 현재 37만9천명으로 2000년말 29만9천명에 비해 26.8% 늘었다.

이는 1천만원 이상의 연체자가 같은 기간 23.8% 늘고, 1백만원 미만의 연체자는 오히려 43.6% 줄어든 것과 비교해 두드러진 증가세다. 趙의원은 "정부가 소액 신용대출이 많은 카드사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다고 그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연체율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카드사보다도 못한 다른 금융권의 건전성만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액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상호저축은행들은 벌써 연체가 늘어나는 바람에 고전하고 있다.

금감원이 김부겸(한나라당)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상위 10대 상호저축은행의 3백만원 이하 대출(1조2천1백63억여원) 중 연체금액은 1천9백53억여원(16.1%)에 달했다. 특히 상위 5위 안에 드는 A사의 경우 3백만원 이하 대출금 2천5백4억여원 가운데 27.4%(6백87억원)가 연체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워크 아웃 기구 출범 왜 늦어지나=신용불량자에게 재생의 기회를 주는 개인 워크아웃 제도는 도입 준비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기관간 협약은 곧 마련될 예정이지만 다른 실무작업이 영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마련된 태스크포스팀은 9월 중순까지는 실무를 담당할 사무국을 설치하고 곧이어 자본금 1백억원 규모의 전담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다른 금융권에 비해 고객층의 신용상태가 나은 은행들이 소극적이어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전산프로그램도 개발되지 않았고 사무실도 아직 없다. 그러니 개인워크아웃을 실제 담당할 직원을 뽑을 수도 없는 상태다. 상담용 전화나 홈페이지 구축 같은 세부적인 준비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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