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들,朴부장 교체건의 金법무가 유임 밀어붙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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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검찰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이정연씨 병역 면제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의 거취였다.

朴부장은 당초 21일로 예정됐던 인사를 앞두고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한나라당이 그를 지목해 교체를 요구한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던 데다 지난 16일의 검사장 인사에 따라 서울지검 지휘부가 김진환 지검장·김회선 3차장·박영관 특수1부장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金검사장과 金차장은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와 같은 경기고 출신인 만큼 金차장이 교체되고 대신 朴부장이 유임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병역 의혹을 정치 쟁점화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이해찬 의원의 발언이 터져나온 21일 낮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때문에 일부 법무부·대검 고위 간부는 "검찰과 민주당의 유착설이 확대되는 것은 검찰 조직과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만큼 朴부장을 교체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朴부장을 유임시켜야 한다는 김정길 법무부 장관의 의지가 강해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金장관은 22일 오전 朴부장의 유임을 최종 결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朴부장 교체를 신중히 검토했지만 본인이 '이해찬 의원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李의원 역시 '朴부장에게서 직접 듣지 않았다'고 해명한 만큼 교체 사유가 없다는 게 인사권자의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금 교체하면 기획수사설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된다"는 지지 의견도 있지만 "장관이 너무 독주한다. 앞으로 상당 기간 검찰이 정치권의 공세에 시달릴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이번 인사로 검찰 내부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유임 결정에 따라 수사팀 내에서 朴부장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朴부장의 직속 상관인 정현태 3차장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부임하는 데다 공안통이기 때문이다.

朴부장은 자신의 유임이 발표된 직후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이임사에 썼던 '전사이 가도난(戰死易 假道難·싸워서 죽기는 쉬우나 길을 내주기는 어렵다)'이라는 임진왜란 당시 동래부사 송상헌의 말을 다시 인용하며 "철저히 수사해 흑백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수위가 높아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남 신안 출신으로 金장관과 동향인 朴부장은 현 정부 들어 법무부 검찰 3과장과 2과장 등을 지낸 뒤 2000년 '법무부의 황태자'로 불리는 검찰 1과장에 기용됐으며, 지난해 6월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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