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민족통일대회]서로 양보해 잡음없이 끝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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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8·15 서울 민족통일대회가 일부의 우려와 달리 별 탈 없이 16일 막을 내렸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 8·15 남북 공동행사가 무난하게 마무리됨으로써 지난해 8월 평양 통일축전 때 일부 남측 참가자의 친북 돌출행동이 남긴 상흔(傷痕)이 완전히 아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7차 남북장관급회담 합의로 짜여진 당국대화 일정과 함께 민간교류 활성화의 핵심인 내달 아시안게임 북측 대표단 파견 등 북측인사의 남한 방문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달라진 북한 대표단=15일 오후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북측 예술단의 공연이 끝날 무렵. 일제히 무대에 올라 '우리는 하나'를 외치는 북측 예술단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맨 앞줄에 앉았던 김영대 북측 단장은 모두 막 뒤로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자칫 통일 열기가 과열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까봐 우려한 듯했다. 북측 대표단의 이런 분위기는 행사 내내 이어졌다.

북측 대표단에서 범민련 소속을 제외한 점이나 예술공연을 노래없이 무용만으로 구성한 것도 그렇다.

15일 사진전은 남측이 북한 체제 선전 성격의 사진을 걸지 말 것을 요구하자 세차례나 수정했고, 김정일 위원장의 친필이 든 사진 하나만은 '이것만은 안된다'고 우겨 겨우 걸 수 있었다.

북측 고위 관계자는 "남측도 문제가 많았지만 남쪽에서는 우리측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행사를 성공시켰다"고 평가했다. 남측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던 과거와 확연히 다른 태도다.

지난해 평양 통일축전 파문을 주도했던 통일연대측의 자제도 한몫 했다. 20여명의 소속인사가 정부로부터 북한주민 접촉 불허 조치를 받았지만 "보수세력에게 빌미를 주지 말자"며 당국의 행사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였다.

한상열 통일연대 상임대표는 "지난해 행사의 아픔을 극복하려 정말 많이 참았다"고 말했다.

이런 남북 양측의 성숙한 태도 덕분에 일부 보수단체가 공언한 행사반대와 반북시위도 명분을 잃어 불발됐다.

◇민간·당국이 호흡 맞췄다=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당국은 민간행사에 이례적으로 남북 직통전화 4회선과 수송·경호를 지원했다.

5천명 규모로 계획된 행사를 5백명 수준으로 한정해 민간통일행사에 지나치게 간섭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으나 행사 추진본부 관계자는 "당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북측 대표단의 왕래·체류비용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긍정 검토키로 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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