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다수 후원회' 활성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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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건교위 소속 한 의원은 평소 20~30개 정도의 후원팀을 유지하고 있다. 팀마다 10여명의 후원자가 있는데 '수도권 건설업자 모임''벤처 모임' 등으로 중소기업 대표가 주종이다.

그는 이들의 민원을 듣고 해결해 주는 것만으로도 24시간이 부족하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교육위원인 수도권 P의원은 "내게 후원금을 냈던 어떤 기업이 모 대학의 공사를 따내기 위해 '총장을 소개시켜 달라'고 해 골프를 몇차례 주선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매년 1천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내는 후원자 4~5명은 특별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5대 때 환경노동위원이었던 L의원은 국정감사 때 인천지역 공해 배출 업체를 증인으로 신청한 뒤 이를 빼주는 대가로 1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환노위원이었던 H의원은 "공해 배출업체 사장이 국회에 나와 '의원들이 해마다 돈을 요구한다'고 푸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P의원은 "모 벤처기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 의원의 친척을 사외이사로 등재한 뒤 스톡옵션을 줬고, 또 다른 의원에게는 1억원 가량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꾸려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입법 로비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정치자금을 거액의 후원자에게 의존해서는 비리에 연루되기 십상이다. 많은 돈의 거래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리알처럼 투명한 정치자금 수납을 위해선 소액 다수 후원회가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당비·후원금 등 정당 자체 수입의 총액에 비례해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매칭 펀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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