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옛 연인 로렌츠 "난 美 스파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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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는 피델 카스트로를 독살하기 위해 고용된 미국 정부의 스파이였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옛 연인이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온 다큐멘터리에서 미국 정부의 카스트로 독살음모를 폭로했다. 독일 출신의 마리타 로렌츠(69·사진)라는 여성은 26일 멕시코에서 개봉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사랑하는 피델-마리타의 생애'에서 카스트로와의 만남과 이별, 이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을 고백형식으로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장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쿠바로 이민온 마리타가 카스트로를 만나 애인이 된 것은 쿠바 공산혁명 직후인 1959년. 카스트로 암살에 몰두해 있던 미 중앙정보국(CIA)은 마리타에게 접근해 독약 앰플을 전달하며 독살할 것을 주문했다.

마리타는 "몇번씩 카스트로의 술잔에 약을 넣으려 했지만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마리타는 카스트로의 아이까지 가졌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끌려가 강제로 낙태수술을 받고 카스트로와 헤어졌다.

카스트로와 결별한 후 마리타는 베네수엘라에 잠시 머물면서 당시 독재자였던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를 만나 딸을 낳았다. 이후 미국에 정착한 그녀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이었던 리 하비 오스왈드와 한동안 사귀기도 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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