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좌담>'관광 한국' 우리가 즐겨야 외국인도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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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지난 1일부터 국내에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주5일 근무제 시행이 본격화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여가문화가 새롭게 선보이는 등 국민생활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992년 주 5일제 근무를 전 산업에서 실시한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도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의 증가로 국민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사는 문화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국민들의 국내관광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외국인에게도 매력있는 '관광 한국'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내나라 먼저 보기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본지는 관광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국 관광산업의 현안과 내나라 먼저 보기의 필요성, 국내 관광 진흥방안에 대한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주5일 근무제가 국민의 여행 형태에 어떤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나.

▶김상태=우선 해외 여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92년에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직후 해외 여행객이 매년 거의 두자릿수의 비율로 급증했다. 국내 여행이 증가한 것은 주5일제 도입 이후 3년 정도가 지나서였다. 우리나라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국민 관광객을 맞을 관광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도 해외 여행이 급증하는 직접적 원인이 될 것이다.

▶김종희=출국 관광객이 한해 1천만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까지 해외 여행 인구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그 때까지 관광수지 적자 폭은 심화될 전망이다.

▶사회=이 시점에서 '내나라 먼저 보기'캠페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최승담=많은 국민은 국내의 문화유적이나 자연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 나가 다른 문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진정한 여행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내 관광을 너무 등한시했다. 이제 국내 관광을 활성화할 필요가 크다.

▶김상태='내나라 먼저 보기'는 관광수지 적자를 해소하는 면도 있지만 지역별로 특색있고 차별화된 발전을 유도한다는 측면도 강하다. 관광객들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는 독특한 관광 자원을 발굴해내고 특색있는 지역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김종희=인위적으로 해외 여행을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 해외 여행 경험자들은 한국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캠페인은 해외 여행을 경험한 국민을 대상으로 '한국 역시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차원에서 전개돼야 한다.

▶사회=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하나.

▶김형수=외국 유명 관광지와 비교해 국내 관광지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지켜야 한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골프장 이용객에게 부과되는 각종 세금을 대폭 면제해 주중의 경우 하루 8만원대에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골프 여행객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었다. 올 연말부터는 내국인 면세점도 문을 열게 돼 동남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여건을 마련하게 됐다. 또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의 대부분이 가족단위로 바뀌면서 이들을 위한 중저가 숙박시설도 늘려나가고 있다. 이처럼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바뀌는 여행패턴에 발맞춰 거시적인 측면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미시적으로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나갈 때 국내 관광도 활성화되리라 본다.

▶김종희=숙박시설 얘기가 나왔는데 요즈음 가장 인기를 끄는 숙박 형태 중 하나가 콘도형 민박과 소규모 고급 민박인 펜션(Pension)이다. 그러나 건축 외관을 보면 우리의 자연과 어울리지 않고 지역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것이 많다. 이제 지역별로 전통이나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건축 모델을 채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상태=국내 관광이 활성화하려면 관광 수요 증가가 바로 관광지 주민들의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소규모의 자본이나 현물로 참여해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가 특화된 관광 자원을 개발할 필요성이 크다. 이와 함께 관광 자원에 대한 알찬 정보를 제공하는 문화 해설사의 양성도 강화돼야 한다. 관광 자원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여준다.

▶최승담=중장기적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 등에 대비해 수도권 일대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개발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1천만명이 넘는 수도권 주민이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것은 광역자치단체들이 협의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야만 마구잡이 개발 문제도 막을 수 있다.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은 각종 규제로 인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니 획일적인 규제를 어느 정도 보완해야 한다.

▶김종희=관광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또 관련 공무원들이 관광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각 시·도 관광 담당 공무원은 대부분 1년 이상 근무자가 드문 실정이다. 지역 주민 스스로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용 주차장이나 산책로 조성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을 단위로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소규모 다품종 개발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회=지역 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김형수=흔히 대규모 관광지 개발에 대해 주민들은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관광=소득 증대'라는 인식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규모 개발은 행정기관이 앞장서 하더라도 주민들이 지역사업에 참여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실질적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관광산업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지역을 찾는 관광객을 더 친절하게 맞을 수 있게 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관광 개발기금을 소규모 사업자에게도 지원해줘야 한다.

▶최승담=관광 관련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 현재 관광산업의 국민총생산(GNP) 기여도가 4% 수준이지만 중앙정부 예산 중 관광 관련 분야는 0.2% 정도에 머물 정도로 빈약하다. 관광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 농수산물 시장이 외국에 개방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 수입원은 농어촌 지역의 유력한 대안이다.

▶김상태=지자체는 관광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대규모 개발 사업은 외부 자본에 의한 투자가 대부분이므로 주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작은 자본이나 현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도 도모해줘야 한다.

▶사회=흔히 국내에는 볼거리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연간 전국에서 8백~9백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 활성화로 내국인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김종희=축제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만큼 축제가 많이 열린다. 하지만 중복되는 것이 너무 많다.유사한 주제의 축제는 통합돼야 한다. 또 행정기관은 축제의 동기만 부여하고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축제를 발전시켜 나가게 하자.

▶김형수=우선 '축제의 목적이 경제적인 효과냐, 지역 주민의 문화향상이냐'에 대한 결정을 분명히 내려야 한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만든 축제는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축제의 주제가 지역 문화의 특성을 잘 살린 것이라야 한다. 면 단위에서 시작해 도 단위, 그리고 국제 단위의 순서로 발전시켜야 한다.

▶김상태=전국적으로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경쟁력 있는 축제는 30~40개 정도다. 이 밖의 축제는 그 내용이 막걸리·바비큐·경로잔치·바이킹·팔도민속음식점 등으로 대변되고 있다. 이런 축제들이 젊은층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축제인가 돌아봐야 한다. 축제가 젊어져야 한다.

사회=김세준 기자·정리=성시윤 기자

참석자

김상태 한국관광연구원 연구위원

김종희 한국관광공사 국내진흥본부장

김형수 제주도 관광문화국장

최승담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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