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진원지’ 그리스 2조4000억원 단기국채 발행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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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그리스가 단기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이래 처음이다.

그리스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16억2500만 유로(약 2조4000억원)어치의 6개월물 국채를 입찰을 통해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입찰에는 매각 예정물량의 3.6배가 몰렸으며 금리는 4.65%로 결정됐다. 이는 구제금융을 받기 전인 4월 20일 매각 당시의 금리 4.55%보다는 조금 높지만, 구제금융에 적용된 금리 5%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시장에서는 국가부도설까지 나돌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국채 매각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스 재무부 산하 국채관리기관(PDMA) 책임자 페트로스 크르스토돌루도 “만족스러운 결과이며 외국 투자자들도 입찰에 참여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올 상반기 재정적자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감축했다. 이는 40%로 설정된 연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올 하반기 재정적자 감축도 상반기만큼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23일 결과가 나오는 유럽 은행권의 스트레스 테스트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가 단기국채 발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금융시장에서 다른 악재를 모두 잠재웠다. 이날 국제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떨어뜨렸다.

또 미국 상무부는 5월 무역수지 적자가 423억 달러로,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이 같은 악재를 딛고 그리스의 국채 발행 성공 소식을 반기며 일제히 올랐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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