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붐 타고 전통 미디어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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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광 속도의 정보 유통은 신문 등 전통 미디어 산업의 재도약을 예고한다. 애플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얇은 판 모양의 PC)는 새로운 미디어 르네상스를 열어줄 플랫폼으로 기대된다. 아이패드는 지난 4월 초 출시된 지 80일 만에 주요국에서 300만 대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패드를 신문·잡지·책 등 전통 미디어와 정보기술(IT)이 융합된 결정체로 규정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아이패드 출시에 맞춰 모바일 전용 신문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을 선보였다. 구독료는 종이신문(월 29달러)보다 11달러 저렴한 월 17.99달러(약 2만원)다. 서비스 두 달 만에 50만 명 정도의 유료 사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인기다.

뉴욕 타임스·유에스에이투데이 등 미국의 유수 언론은 무료 앱을 통해 콘텐트를 아이패드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단순히 웹사이트처럼 뉴스 콘텐트 내용만을 전달하는 차원을 떠나 종이신문과 유사한 느낌을 주면서도 기사 안의 사진을 터치하면 비디오가 재생된다든지 사진 슬라이드 쇼가 나오는 방식이다. 아이패드에는 TV기능도 첨가되고 있다. ABC·ESPN·CBS 등 미국 유수의 방송사가 아이패드를 겨냥해 콘텐트를 제공한다. 언제 어디서나 신문을 들고 다니면서 보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TV콘텐트도 아이패드라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들고다니며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하고 드라마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수백만 권의 장서도 아이패드로 볼 수 있다. 주간·월간지의 경우 비싼 오프라인 구독료 대신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온라인 구독을 하면 가격이 쌀 뿐만 아니라 출판 당일부터 신속하게 내용을 볼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존 로즈 미디어 총괄 대표는 “태블릿PC의 확산은 신문에 기회다. 신뢰성 높은 종이 뉴스를 광속으로 전달해 디지털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 입장에서는 광고 수입이 괜찮다는 것도 장점이다. WSJ의 경우 아이패드용 콘텐트를 제공하면서 코카콜라·페덱스 등 6개 기업의 넉 달치 광고패키지 40만 달러(약 4억5000만원)어치를 받기도 했다. 일부 신문사는 광고 수입이 좋다 보니 콘텐트 유료 제공 시점을 늦추는 결정까지 하고 있다. 더군다나 아이패드에 이어 삼성전자 등 IT 업체들이 태블릿PC를 잇따라 내놓을 태세라 광속 정보교류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특별취재팀 = 이원호(미국), 박혜민(중국·일본), 심재우(영국·프랑스), 문병주(스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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