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앵커 봉두완의 ‘인생 전망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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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맨
봉두완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208쪽, 8000원

저자는 한국 언론사에 남을 기록의 사나이다. 1970년 동양방송의 ‘TBC석간’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앵커맨이고 우리 방송 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한 TV좌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90년대엔 KBS·MBC·SBS 모두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 유일한 방송인이다.

저자는 남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은 행운의 사나이다. 유신시절 시원스러운 정권 비판으로, 당시 호남에서 인기투표를 하면 김대중 다음일 거란 평도 들었다. 11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되기도 했다.

저자는 교육과 봉사란 남다른 보람을 맛본 복받은 사람이다. 광운대 신방과 교수땐 현장경험을 살린 독특한 실무교육으로 적잖은 후배 방송인을 키웠고 퇴임 후에는 각종 천주교 관련 봉사단체를 맡아 현역 때보다 더 분주하고 보람찬 나날을 보내니 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영예를 누린 노 언론인이 자전적 에세이를 엮은 것이다. 당연히 잘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저자가 “있는 그대로 쓰려다 보니 자화자찬으로 들리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어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 5공 때 “어떻게 민정당에 들어갈 수 있어”라며 학생들에게 계란세례를 받은 이야기도 나오고 장수 앵커이면서도 ‘중도하차 전문’앵커이기도 했던 사연도 털어놓는다. 한국 언론에 대한 당부도 있고, 기자생활 중 만난 대통령론도 나온다. 국회의원으로서 겪은 우리 정치 이면사도 흥미롭다.

돌이켜 보면 저자는 타의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그 후의 삶이 더욱 빛난다. 체면과 권력 중독을 떨치고 신앙과 봉사의 삶에 충실해서다. 그러기에 통일문제· 대미관계· 한국방송 등에 대한 걱정과 충고가 진솔하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 많지 않은 원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볼 일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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