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돈'은 또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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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돈 문제로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장남 김홍일 의원이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아태재단 부이사장인 차남 홍업씨가 꺼림칙한 돈 거래 시비로 주목받더니만 이젠 홍걸씨마저 본격 거론된 것이다. 홍걸씨의 경우 증명되지 않은 미국에서의 호화 유학생활 내지 부동산 거래건으로 야당의 표적이 되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9억원을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거론된 적은 없었다.

물론 최규선이란 인물과 그의 운전사 간 싸움에서 비롯된 의혹들을 어느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발설자 본인의 신분에다 발언내용이 워낙 위중하기 때문에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다. 崔씨는 金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국제담당 보좌역을 지내고 대통령당선자 보좌역으로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 정가에선 얼굴이 꽤 알려진 인사다. 홍걸씨와 호형호제할 정도인지는 모르나 '상당한 관계'임은 짐작이 간다. 그런 崔씨가 여러 계기로 돈을 줬으며,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을 때 홍걸씨가 아버지에게 얘기해 잘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돈 문제를 넘어 국가권력의 자의적 남용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판이다.

崔씨는 자신이 고소한 운전사에 의해 "고위층과의 친분을 앞세워 이권에 개입했다"고 역고발된 데다 야당 인사와의 연계설이 나오는 등 그 주변이 불투명한 만큼 그의 진술을 전면 수용키는 어렵다. 그래도 청와대는 홍업씨 의혹 때처럼 '아무개가 뭐라더라'는 식으로 해명할 게 아니라 홍걸씨 본인이 직접 말하도록 해야 한다. 3자의 입을 통해서는 세간의 의혹을 떨치기도 어렵고 본인의 누명도 벗기 어려울 것이다.

마침 검찰이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니 진상은 곧 드러날 것이다. 그러잖아도 사건의 발단이 된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김홍일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거명되는 등 대통령의 아들 세명이 여러 의혹과 연계돼 집중 거론되는 딱한 상황이다. 검찰의 한점 의혹 없는 수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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