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과거 발언과 지금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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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인제 후보가 문제 삼은 노무현 후보의 과거 발언.

◇89년 파업 중인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만나=…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않아야 합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악법(惡法)은 국민의 손으로 철폐해야 합니다…노동자가 하루 놀면 온 세상이 멈춥니다.

그 잘났다는 대학교수·국회의원·사장님 전부가 뱃놀이 갔다가 물에 풍덩 빠져 죽으면 노동자들이 어떻게든 세상을 꾸려 나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노동자가 모두 염병을 해서 자빠져 버리면 우리 사회는 그 날로 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경제·사회관계 등 모든 것을 만들 때 여러분이 만듭니까. 아닙니다. 이제 여러분의 대표가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오늘 한국의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입니다. 그런 사회를 위해 우리 다 함께 노력합시다.

◇88년 7월 8일 국회 대정부 질문=만일 그들(노동자·농민·도시 서민)의 고통이 돈과 힘을 한 손에 모아 쥔 소수 특권 계급의 착취와 억압에 기인된 것이라면 그들은 착취와 억압에서 해방돼야 합니다…지금 우리 경제는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경제 민주화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보지 않으십니까.…재벌은 해체돼야 합니다.

재벌 총수와 그 일족이 독점하고 있는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 노동자에게 분배합시다. 이 말은 대기업을 모두 해체한다는 뜻과는 다른 것입니다.

매수와 분배 모두 20년 거치 20년 분할 상환 정도면 노동자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집 없는 서민들, 중소 상공인, 농민들을 위해 부채 탕감과 아울러 토지도 모두 같은 방법으로 분배합시다…지금 제가 하는 주장은 공연히 한번 해보는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 정부는 기를 쓰고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지금까지의 경제 정책을 보면 임시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은 것은 한 개도 없습니다. 제가 재벌 해체와 토지 분배 등 경제 개혁을 주장한 것은 임시정부의 정강·정책으로 돌아가자는 뜻입니다. 그래서 민족 자립경제의 기반을 확고히 세우고 경제적 정의를 구현하자는 것입니다.

"과거 발언 지금 생각과 같지않다"

◇TV토론에서의 노무현 후보 설명=당시 발언과 지금 생각이 같지 않다. 당시에는 정서적으로 노동자들이 소외당하고 억압받던 시기에 상징적인 정치연설을 한 것이다.

국회질문에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권력이 특정재벌을 마구 다른 기업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부당하고 무모한 일이 벌어져 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연설의 특정문구 만을 떼서 사상 검증하려는 극우언론의 극우적 수법이다.

李후보가 왜 그런 수법을 쓰나.내 사상은 홈페이지에 소상히 밝혀져 있으니 보라. 우리 민주당의 정강정책이 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 이런 것이다.

그곳에서는 장(場)의 논리라는 게 있다. 부산의 한 변호사가 변론하면서 '판사님도 이 자리에 점잖게 앉아 법의 논리를 말하지만 술 한잔 하러 가면 음담패설하고 더듬고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좀 자극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할 수 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보면 왈칵 솟구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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