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방세 체납자 옥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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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체납 지방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자치단체들이 세금 체납자들에 대해 출국 금지와 고발 등 초강수를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불황 여파로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데다 올 들어 금연 열풍으로 지방세 징수액의 20~30%를 차지해온 담배 소비세마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7일 지방세를 자주 떼먹은 3백41명을 검찰·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고액 체납자 1백36명에 대해서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출입국관리법이 바뀌어 4월부터 지방세 체납자도 출국을 금지시킬 수 있게 됐다"며 "고액 체납자일수록 호화 해외여행이 빈번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체납자 1만명에게 고발 예고장을 보냈으며 지방세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다음달부터 신용카드로 세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강릉시도 고액 체납자 5백38명에게 고발 예고장을 보냈고, 광주시는 체납자 9백31명에 대해 재산 조사가 끝나는 대로 고발할 방침이다.

자치단체들의 이같은 초강수는 담배 소비세 급감에 따른 세수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다. 경남도는 지난 1월 담배세 징수액이 1백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줄었고 포항시도 올 목표액(2백38억8천만원)을 채울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세금 담당 공무원들로 구성된 '체납세 특별징수팀'을 가동했으며, 대구 중구청은 1억원 이상의 고액 체납자를 전담하는 '고액 체납 정리팀'을 발족시켰다.

행정자치부도 상습 체납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지방세 납부제도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쌓이는 체납 지방세=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2백48개 자치단체들은 매년 20조원의 지방세 가운데 1조원(4.5%) 가량을 걷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누적 체납 지방세는 3조4천48억원(2000년 말 기준)에 이르고 징수 유효시한(5년)이 넘어 결손처리된 돈만 6백억원이 넘는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부과한 7조4천억원의 지방세 가운데 3천억원(부과액의 4%)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누적 체납액이 1조8백억원에 달하고 서울 시민 일곱명 중 한명꼴인 1백45만명이 세금을 떼먹었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부산시는 지난해 지방세 2조4백98억원 가운데 2천3백93억원(12%)을 받지 못했고 전북의 체납률도 10%를 웃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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