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社 상장요건 미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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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달 중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할 예정인 우리금융지주회사가 현행 규정상 증권거래소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사업부문을 우리카드로 분사하는 바람에 금융지주회사의 상장 특례조항을 적용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은행 민영화를 위해 상반기 상장을 추진 중인 정부는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위한 예외조항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상장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1월 25일 우리금융지주회사를 5~6월에 상장시키겠다고 발표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주요 자회사인 우리신용카드가 비상장 법인이어서 우리금융이 금융지주회사의 상장 특례조항을 적용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만들어진 금융지주회사의 상장 특례조항은 규모가 큰 순서로 전체 자본금의 75% 안에 들어오는 주요 자회사들이 상장돼 있을 경우 해당 금융지주사가 쉽게 상장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특례조항을 만들면서 비상장 회사를 우회적으로 상장시키는 것을 막으려고 주요 자회사가 상장돼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단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설립된 우리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상장사인 한빛은행(거래정지 상태)의 자본금이 전체의 63%로 가장 많지만 전체 자본금의 20%로 둘째 규모인 우리카드가 비상장 회사여서 특례조항을 적용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이 일반 회사와 같은 상장 절차를 밟을 경우 지분 분산, 재무제표 제출 등의 요건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상반기 상장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정대로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상장시키기 위해 증권거래법상 유가증권 상장 규정의 부칙에 '금감위원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특례를 인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한시적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상장 신청에 앞서 규정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증권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상장을 통해 공적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겠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부 스스로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정한 상장 규정을 고치면서까지 우리금융에 혜택을 줄 경우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상장 때 형평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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