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비장애아 어린이집 통합교육 "적응력·책임감 키워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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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뇌성마비 1급 장애아인 이민혁(8·서울 서초구 방배동)군은 올해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李군은 2년전까지만 해도 말을 전혀 못하고 낯도 많이 가려 일반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일반·장애아동을 한데 모아 가르치는 집 근처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특수학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李군의 어머니는 "늘 혼자 있던 아이가 표정이 밝아지고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을 맡는 어린이집에 '조기 통합교육'이 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장애·비장애아가 함께 뒹굴면서 벽을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장애·비장애아 통합교육을 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24곳을 지정한 데 이어 올해 9곳을 추가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통합교육 어린이집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곳을 포함해 51곳으로 늘어난다. 현재 42곳에서 장애아 2백51명이 비장애아 3천5백여명과 어울려 생활하고 있다.

인천시도 다음달 중구 송월동에 통합교육 공립 어린이집인 '자유유치원'을 개설한다. 이곳에는 장애아를 위한 물리치료실이 마련된다.

어린이집의 조기 통합교육은 장애·비장애아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장애아들은 비장애아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사회 적응력을 기르고, 비장애아들은 장애아를 도와주며 책임감을 키운다.

이 때문에 통합교육 어린이집을 꺼리던 비장애아 부모들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일부 어린이집에는 결원을 기다리는 비장애아 학부모 대기자가 1백여명에 달할 정도다.

서울 노원구 사슴어린이집 홍영주(34·여)원장은 "그동안 비장애아 학부모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장애아가 있는 반에 넣어달라는 부탁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안장원·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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