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알짜주식 투자하는 외국펀드 삼성전자·포철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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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개별 종목을 보고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삼성전자·포철주식을, 한국 증시 전체를 보고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SK텔레콤·현대차·한국전력을 많이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이 8일 국내 시가총액 상위 5개사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계 펀드의 구성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포철은 전세계 기업 중 투자가치가 뛰어난 알짜 기업만을 골라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섹터펀드 포함)'의 비중이 각각 53%, 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SK텔레콤·현대차·한국전력은 코리아펀드·아시아펀드·이머징마켓(신흥시장)펀드 등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지역 펀드'의 비중이 각각 87%, 83%, 70%에 달했다.

<그래픽 참조>
지금까지 국내 증시 전체에서 각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공개돼 왔지만 주요 종목별로 외국 펀드의 구성비율이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성장형 펀드=전문가들은 SK텔레콤·현대차·한국전력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역 펀드'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여건)'보다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선호도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한국시장에 대한 편입비중이 늘어나면 이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우선적으로 늘겠지만 반대의 경우 우선적으로 자금을 빼낼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삼성전자·포철에 투자한 외국계 펀드 중 진짜 '알짜 종목'에만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의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들 종목의 경우 앞으로도 한국 증시의 부침과는 상관없이 계속 주가가 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SK텔레콤·한국전력도 성장형 펀드의 비중이 13%(2001년 말 기준), 30%로 아직 낮기는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의 2%, 19%에 비해선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MSCI선진국 지수 편입시기가 변수=외국의 주요 펀드가 투자 잣대로 삼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지수에서 한국 증시는 '신흥시장'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미국의 JP모건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MSCI의 선진국 시장 편입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는 조만간 '선진국 시장'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종목별로 주가가 출렁거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신흥시장에만 투자하는 이머징마켓 펀드의 경우 선진국 시장으로 편입되면 기존 종목에서 자금을 빼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머징마켓 펀드의 비중이 높은 SK텔레콤(38%)·현대차(30%)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머징마켓 펀드에서 차지하는 한국 증시의 비중은 17%(2001년 말 현재)에 달한다.
안연구원은 "MSCI지수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한국 증시로 몰려와 이머징마켓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선진국 펀드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워낙 적어 일부 종목은 충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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