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잘 이해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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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 엄마는 왜 자꾸 나에게 잔소리만 늘어놓는 것일까?” 엄마에게는 ‘자녀들의 생각과 관심거리’도 보듬어 줘야 할 거리다.그런데 아이는 커 갈수록 엄마의 관심이 귀찮기만 하다.심지어 ‘공부하라’는 엄마의 충고도 간섭으로 치부한다.이번 주말에는 ‘공부하라’는 잔소리 대신 ‘우리 같이 그림 그려보자’라는 말로 아이에게 한 발짝 다가서보자. 스케치북과 색연필만 있으면 몰랐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난 달 23일 을지아동발달지원센터에서는 윤선경(용인 손곡초 2)양 가족이 각자 그린 그림을 보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윤양이 커다란 새 두 마리와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그려진 도화지를 펼쳐 보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하늘을 훨훨 나는 멋진 새가 바로 엄마·아빠예요. 저랑 종원이는 엄마·아빠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아기 고양이고요. 엄마와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분들이에요.” 딸의 깜짝 고백에 윤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윤씨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아빤 너희가 이 새처럼 꿈을 펼치며 날아올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너희를 새로 표현해봤어. 씩씩한 호랑이는 너희를 지켜주는 엄마랑 아빠란다.” 서로를 똑같이 ‘새’로 표현한 이들은 “텔레파시가 통했다”며 신이 났다. 윤씨는 “요즘 들어 부쩍 자기 주관이 강해진 선경이와 속 깊은 대화를 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가족을 동물로 상징해 그림을 그려보면 가족 간의 관계와 이미지, 서로의 존재의미를 성찰해 볼 수 있다. 같은 종류의 동물로 가족을 표현할수록 공동체 의식이나 일체감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배치된 위치와 방향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을수록 가족들은 서로의 관계를 가깝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표현된 동물의 크기나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 동물 자체가 갖는 상징적 특성도 주요 관찰 요소중 하나다.

예를 들어 아빠가 빠져있거나 동물들의 거리가 매우 멀게 그려졌다면 이는 가족 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맨 위에서부터 포효하고 있는 호랑이·뱀·토끼 순으로 가족을 표현한 그림은 가족안에서의 위계 관계를 보여준다. 이때 토끼에 해당하는 아이는 가족을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동·식물로 가족을 표현해보는 그림놀이는 단절된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을지대학교 유아교육학과 홍은주 교수(을지아동발달지원센터 부소장)는 “미술에는 특별한 규칙이 없기 때문에 마음속에 담고 있는 말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도화지에 그려내거나 점토로 만들면 억눌린 자아를 회복하고 성숙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홍 교수는 “미술치료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가족만 하는 것이 아니다”며 “가족의 이미지를 투영한 동·식물을 그려보고 감상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윤선경 양 가족이 동물 그림 놀이기를 통해 몰랐던 가족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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