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이현장] 경마꾼 차량에 교통 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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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수원.성남.부천 등 경인지역 10곳에서 성업중인 한국마사회 소속 TV경마장(장외발매소)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토.일요일마다 문을 여는 이들 경마장은 대부분 도심 한복판이나 주택가에 위치, 몰려드는 차량으로 일대 교통이 마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 실태=13일 오전 11시30분 분당 TV경마장이 위치한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킴스클럽 건너편 세신옴니코아앞 성남대로.

서울.용인.광주 등지의 경마꾼들이 타고온 각종 차량이 버스 전용차로와 인도 1㎞이상에 불법주차되어 있다. 곳곳에 불법 주정차 금지표지와 버스.택시 승강장 표지판이 걸려 있지만 막무가내다. 교통경찰관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지만 단속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시간 수원시 팔달구 영통신도시 수원TV경마장이 위치한 훼미리타워 주변 도로는 더욱 심각하다. 용인.오산.의왕 등지에서 몰려든 2백여대의 차량이 경마장 앞 영통대로 차선 일부와 인도까지 점거하고 있다.

◇ 주민 반발=TV경마장 인근 주민들은 경마장 폐쇄 또는 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었다. 일부 주민들은 조를 편성, 이른 아침부터 불법 주.정차를 막기위해 인도와 아파트 진입로에 '경마꾼 차량 출입금지'란 팻말을 들고 불법 주차를 막기도 한다.

영통신도시 삼익.벽산아파트 주민들은 '마사회는 주거환경을 파괴하는 TV경마장 이전하라'는 현수막을 아파트벽에 내걸고 이전운동을 벌이고 있다. 분당 신도시 경향아파트 주민들도 성남시와 경기도 등에 경마장 폐쇄를 요구하는 진정을 계속해왔다.

부천시 원종동 TV경마장 이전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해부터 3천여명의 서명과 진정서를 받아 한국마사회.국회 농림수산위원회등 5개 기관에 제출했다. 주민대책위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83.3%가 이전해줄 것을 희망했다.

◇ 문제.대책=영통 TV경마장의 경우 하루 몰리는 경마꾼은 보통 1천8백~2천5백명으로 대부분 승용차를 이용한다. 하지만 주차공간은 30여대에 불과하다.

분당 TV경마장이 들어선 세신옴니코아빌딩은 지하주차장과 옥외주차장을 합쳐도 1백90여대밖에 주차할 수 없어 건물에 입주한 86개 점포와 사무실 차량도 소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머지 TV경마장들도 대부분 비슷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경마꾼들은 앞다퉈 주변 도로.인도에 불법 주차하다 인근 아파트 주차장까지 이용, 애꿎은 주민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수원시 정구상 교통행정과장은 "TV경마장은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유발시설이므로 경마장 설치 허가때 주변 도로에 대한 교통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한국마사회측은 "그동안 교통사정이 좋지 않았던 서울 송파 TV경마장 등 4곳은 이미 이전했으며 앞으로 문제가 되는 발매소의 경우 이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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