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홍콩 · 대만기업들 우한에 몰린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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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한의 우자산(吳家山)경제개발구 옆에 있는 진인후(金銀湖)CC는 화중(華中)지역의 유일한 골프장이다. 구두쇠로 소문난 우한사람들이 웬 골프냐고? 물론 이 골프장은 우한사람들이 즐기라고 만든 게 아니다.

대만기업이 이곳으로 몰려오자 우한시정부가 이 개발구를 대만기업 전용으로 지정한 뒤 골프광이 많은 대만 사람들의 취향을 배려해 그 옆에 골프장을 지어준 것이다. 이곳에 입주한 대만의 퉁이(統一)식품과 웨이취안(味全)식품은 1999년 각각 매출액 3억8천만위안(6백8억원)과 2억위안(3백20억원)을 올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시정부의 재정수입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대만에선 대기업이 진출했다면 홍콩에선 중소기업이 몰려왔다.현재 우한시에 들어온 외국계 기업 3천7백여개 가운데 40%인 1천5백여개사가 홍콩계다. 이 때문에 홍콩기업은 우한시 경제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홍콩에서 어지간한 기업이 투자상담을 와도 부시장이 달려나가 영접을 하고 만찬에 초청해 칙사대접을 한다. 우한에서 가장 큰 건물인 세계무역센터 빌딩도 홍콩 뉴월드그룹 소유다.

우한에서 석유난로 판매로 자리를 잡은 SHC 백욱현(白旭現)총경리는 "대만.홍콩기업이 내륙 진출을 꾀하면서 서부대개발의 중심도시인 시안(西安)이나 청두(成都)를 제쳐두고 우한으로 온 이유를 잘 따져봐야 한다"며 "장래가 불투명한 서부대개발에 섣불리 뛰어들기보다는 언제든지 내륙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를 선택한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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