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우지원 살아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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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29.삼성 썬더스.사진)이 부활하는 듯하다.

그는 지난 6월 문경은(30.SK 빅스)과 맞트레이드돼 썬더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개막 이후 내내 빅스의 문선수와 비교되면서 그의 한 경기 한 경기가 구설수에 들었다. 최근엔 '실패한 빅딜'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그러나 있던 그의 기량이 사라졌을 리 없다. 절치부심. 시즌 개막 후 여덟경기 만에 마침내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18일 KCC 이지스와의 일전에서 혼자 36득점(3점슛 9개)을 올리며 88-75의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는 빅스 시절인 1999년 11월 25일 삼보 엑써스전에서 세운 자신의 한 게임 최다득점인 33점을 훌쩍 넘는 점수였다.

우선수는 경기 전반 수차례 근소한 점수차로 추격당할 때마다 외곽포를 쏴대더니 종료 3분여를 남기고 77-7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는 호쾌한 3점포를 내리꽂아 이지스의 마지막 추격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코칭스태프가 신뢰해줘 기쁩니다."

경기 종료 후 우선수는 '신뢰'를 강조했다. 그동안 제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식한 듯했다.

우선수는 개막전 17득점, 13일 빅스전 19득점을 제외하곤 계속 한자릿수 점수를 맴돌았었다. 그럴 때마다 썬더스 김동광 감독은 "슈터는 리듬이 있게 마련이다. 가드나 센터는 그런 리듬과는 거리가 있다"며 우선수의 추락을 '리듬을 탄다'는 말로 감쌌다.

우선수를 지켜보는 김감독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지만 한번도 주전에서 제외시키지 않는 '기다림의 미학'도 실천했다.

"다른 팀의 외국인 선수들이 지난해와는 달리 골밑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아마 갈수록 우선수에게 슛 기회가 많이 올 겁니다."

"부진에서 벗어나려고 이전보다 두배.세배는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제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어요."

우선수의 말에 썬더스 김감독은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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