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 부시 APEC행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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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2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7일(미국시간) 출국한다.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의 해외방문은 처음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규모 공습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으며 국내에서는 '탄저균 테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미군의 최고사령관이자 전쟁지도자인 부시 대통령은 APEC행을 강행하는 것이다.

부시가 전시 중임에도 약 1백8시간 동안 미국을 비우면서 APEC에 가는 것은 무엇보다 대 테러전쟁을 위한 국제연대를 다지고 또 다지기 위한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16일 APEC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은 테러 이후 처음으로 주요국 정상들과 직접 만나 공조를 확인할 기회를 갖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상하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과 개별회담을 열기로 돼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는 데 이해관계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맹방인 한국.일본과의 회담에서는 대 테러전쟁의 지원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APEC에는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회교중진국인 말레이시아도 들어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해 예상외의 반감을 보이고 있어 미국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미국이 대 테러공조를 중요 의제로 삼고 있어 원래 경제문제를 다루게 돼 있는 APEC이 정치적 주제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 같은 분위기다.

중국.일본 등 경제적 의제에 이해를 건 나라들은 이런 상황변화를 걱정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눈 앞에 둔 중국은 상하이 회의를 '경제선전장'으로 만들 야심을 가지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에 신음하는 일본은 APEC이 세계 경기회복을 위한 자유무역 증진 같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길 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부시 대통령이 테러 못지 않게 경제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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