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특별감찰본부 설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검이 20일 특별감찰본부를 설치한 것은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에 대한 검찰 간부들의 비호 의혹과 검찰총장의 동생이 李씨 회사에 취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 특별검사 도입 움직임을 보이는 마당에 검찰 스스로 이번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으면 검찰 조직 자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특별감찰본부는 명칭과 달리 의혹을 받고 있는 임휘윤(任彙潤)부산고검장 등 검찰 간부들에 대한 수사권까지 가진 '특별수사본부' 다. 혐의가 포착될 경우 대검 중수부를 지휘해 계좌추적에 나서는 등 비리 혐의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검찰총장으로부터 독립된 권한을 가진데다, 조사 대상에 현직 고검장이 포함된 점을 고려해 본부장에는 현직 고검장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특별감찰본부의 수사는 任고검장 등 검찰 간부들의 의혹점에 대해 저인망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일부 검찰 간부들의 사법처리도 배제할 수 없다.

愼총장도 이날 간부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모든 검찰 직원에 대해서는 형사범 수사 수준에 해당하는 강도 높은 감찰조사와 수사를 실시해 혐의가 드러나면 전원 사법처리하라" 고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의 '최후 카드' 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별감찰본부가 검찰 간부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못할 경우 검찰은 다시 한번 '축소 수사' 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경우 특검제 도입이 현실화하는 등 검찰은 또 한차례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또 직접 관련은 없다지만 동생 문제로 검찰총장이 지휘권에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특별감찰본부가 얼마나 여론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검찰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감찰본부가 검찰간부들의 李씨 비호 의혹을, 중수부가 李씨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얼마나 규명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정훈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