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테러빌미 군사대국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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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이 미국 테러사건을 계기로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대폭 확대하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측은 '전 세계가 미국을 돕기 위해 나서는데 일본만 빠져서는 안된다' 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익세력들이 추구해온 군사대국화를 위한 행보여서 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자민.공명.보수 등 3개 연립여당은 18일 '미국 테러사건 긴급대책협의회' 를 열고 자위대가 주일미군 부대와 총리관저.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시설 경비를 맡을 수 있도록 자위대법을 개정키로 했다. 27일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총리의 결정에 따라 경찰이 맡아온 주요시설 경비를 자위대가 대신하게 된다.

자위대의 무기사용 범위도 현재는 자체 무기.설비 보호에 한정돼 있지만 개정안은 미군이 요청할 경우 주일 미군의 무기.병사 보호를 위해서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3당은 또 미국이 테러 보복공격에 나설 경우 자위대가 후방에서 연료공급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27일 임시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방위청은 또 미국의 테러 보복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양에 해상자위대 보급함을 파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보급함은 인도양의 미군 거점기지에 파견돼 무기.탄약을 제외한 연료.의료장비 등을 기동부대에 수송.보급하게 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테러사건을 일본 집권세력이 노리고 있는 우경화에 슬쩍 이용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 소식통은 "자위대는 일본 평화헌법상 존립 근거가 없어 늘 논란을 불러 일으켜 왔다" 며 "그런 마당에 그 활동 범위 확대를 목표로 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자위대가 헌법적 존재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고 분석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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