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석탄 빛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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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고유가 시대를 맞아 2000년대 초 하락세를 보였던 석탄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고유가 추세 속에 전 세계적으로 석탄 채광 붐이 일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AWSJ는 석탄 소비가 늘어나면서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전문회사인 BP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석탄 소비량은 전년보다 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석유 소비 증가율(2.1%)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석탄 소비는 중국.인도 등 신흥 에너지 소비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미국도 최근 석탄 소비를 늘리는 추세다.

올해 석탄 생산량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석탄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7% 증가한 12억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의 올해 석탄 생산량도 전년보다 11.8% 증가한 19억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의 인기 비결은 운반이 쉽고 전력회사가 광산 근처에 있어서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석탄 가격은 80% 이상 올라 t당 50달러를 넘어섰지만 석유나 천연가스에 비해 여전히 저렴하다. 실제로 석탄을 사용해 일정한 열량을 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천연가스를 사용했을 때의 절반이 채 안된다.

여기에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개발 비용이 적고 잔여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점도 석탄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석탄 소비가 늘어나자 각국의 석탄업체들은 최근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미국 최대의 석탄업체인 피바디 에너지는 2010년까지 한해 생산량을 두배(4억t)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최대의 석탄업체인 선화그룹도 같은 기간에 생산량을 두배(2억t)로 늘리기로 했다. 이 밖에 콜롬비아.호주.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영국의 석탄산업 분석가인 제라드 매클로스키는 "우리는 그동안 에너지 를 풍족하게 써왔지만 에너지원 부족으로 인한 압력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며 "석탄은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다소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석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석탄 소비를 늘림으로써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에너지 전문가 피에트로 니볼라는 "중국이 석유로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한다면 전세계는 석유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생산의 절반가량을 석탄에 의존하는 미국도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뒤로는 석탄의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

알루미늄 회사인 알코아는 최근 52년 된 알루미늄 용해로를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 대변인은 "우리는 석탄을 사용하는 이 시설을 폐쇄하려 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석탄은 전세계 에너지자원 소비량의 26%를 차지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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