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형만한 아우 없다' 비너스 2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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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마지막 포인트를 따낸 비너스 윌리엄스(21.세계랭킹 4위)에게는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환희의 포효도 없었다.

비너스는 2만3천여 관중의 기립박수를 뒤로 하고 곧장 네트로 달려가 동생 세레나(20.이상 미국.10위)를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1999년 세레나, 지난해 비너스에 이어 3년째 US오픈 우승컵을 윌리엄스가(家)로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 아서 애시코트에서 끝난 윌리엄스 자매간의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은 드디어 흑인 자매의 전성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99년 동생 세레나가 이 대회 챔피언에 등극한 뒤 자매의 아버지 리처드는 "내 딸들이 함께 결승전을 치르는 날이 멀지 않았다" 고 공언, 당시 주위의 질시에 휩싸였으나 마침내 그의 소원이 이뤄졌다.

결승은 메이저대회 사상 첫 흑인선수의 대결에다 1884년 윔블던 여자결승 이후 1백17년 만에 이뤄진 자매간 우승 다툼이라는 진기록으로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두 선수가 어떤 패션으로 출전할지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승부는 파워에다 고비를 넘기는 성숙함까지 갖춘 언니 비너스가 2 - 0(6 - 2, 6 - 4)으로 완승, 우승상금 85만달러(약 11억원)를 챙기며 자매 대결에서 5승3패로 앞서갔다.

지난 7월 윔블던 우승 때처럼 흰색 원피스의 단정한 차림으로 나선 비너스는 안정된 스트로크로 금발머리에 노란색 원피스로 나타난 세레나의 공격을 여유있게 받아넘겼다.

비너스는 19개만의 범실을 기록, 35개의 세레나에 비해 실수를 줄여 대회 2연패를 일궈냈다.

비너스는 "언니로서 동생이 이기길 원했고, 내가 아무 것도 못 가지더라도 동생이 모든 것을 갖길 바란다" 고 우승소감을 말해 갈채를 받았다.

한편 10일 열릴 남자단식 결승은 지난해 준우승자 피트 샘프러스(미국.10위)와 메이저 대회 결승에 처음 진출한 레이튼 휴이트(호주.4위)의 대결로 압축됐다. 상대 전적은 샘프러스가 4승3패로 앞서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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