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소수파 말 듣는 것이 상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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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천정배(왼쪽),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평화교육센터가 주최한 ‘상생의 정치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천정배.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14일 각각 '상생정치론'을 강조했으나 내용은 사뭇 달랐다. 두 사람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종교계 연합단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산하 서울평화교육센터가 주최한 '상생의 정치,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라는 심포지엄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했다.

천 원내대표는 "상생의 정치라고 해서 싸움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사회에서 정치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격론을 통해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당연히 말싸움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천 대표는 "상생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다른 정치세력(여당)에 대해 '빨갱이''좌파'라고 부르는 것은 이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소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그는 또 "다수파가 소수파의 말을 무조건 들어주는 게 상생은 아니다"면서 "논의를 거쳐서도 결론이 안 나면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한나라당이 국회 다수당이었을 때 주로 쓰던 논리였고, 당시 소수였던 지금의 여당 측은 그걸 '수의 횡포'라고 비난했었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의 '4대 법안'은 상생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을 폈다. "열린우리당이 민생의 '민'자도 들어 있지 않은 4대 입법안을 통해 미움과 차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려 하면서 상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목적과 과정이 다 정당해야 상생"이라며 "나라와 겨레의 진운을 가로막는 상생은 야합이고, 역사를 거스르는 퇴영일 뿐"이라고 여당에 야유를 던졌다.

또 "국가보안법이 필요 없게 되면 저절로 자연사.안락사할 것이고 그때 박물관으로 가져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여당의) 언론관계법 개정안엔 위헌적 요소가 엄존할 뿐 아니라 적대와 미움을 가득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화해는 강자가 약자에게 먼저 청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화해와 상생을 먼저 청해오는 것이 순서이자 정도"라고 주장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백도웅 목사는 여야를 겨냥해 "진정으로 상생을 추구하려면 자신의 과오를 먼저 고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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