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사회에 ‘감동’ 환원하는 최대 쇼 펼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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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환갑을 맞은 가왕 조용필의 사전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없다. 다음 달 28~29일 소아암 어린이 돕기 콘서트를 한다. [YPC 제공]

이순(耳順)에 이른 ‘가왕(歌王)’은 “환원”“보답”이란 말을 자주 했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가수 조용필씨. 다음달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소아암 어린이 돕기 콘서트를 여는 그는 “예순이 되면서 좋은 일엔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뜻 깊은 무대를 만드는 건 일종의 환원이자 보답”이라고 설명했다.

5월 28~29일 이틀간 펼쳐지는 이번 콘서트는, 그의 표현을 빌리면 “역대 공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공연”으로 기획됐다. 이틀 동안 관객 10만 명을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최초로 관객 머리 위 6m 상공에서 움직이는 ‘무빙 스테이지’를 선보이고, 3D 입체영상으로 실감나는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많은 관중 앞에서 공연하는 건 매우 보람된 일이죠.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무대라면 얼마가 들더라도 최대한 준비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죠.”

팬들의 가슴 속에서야 영원한 ‘용필 오빠’겠지만, 그에게도 어느새 예순의 세월이 켜켜이 쌓였다. 그의 환갑일이던 3월 21일 팬들이 ‘우리들의 조용필님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란 문구의 신문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는 “예순이 넘어서도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염려했던 적도 있었는데 막상 되고 보니 예전과 똑같더라”며 “예순이란 나이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긴 전과 다를 바 없는 음색이며, 세월의 흔적을 읽기 어려운 그의 외모는 ‘환갑’이란 세간의 말을 겸연쩍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 역시도 “(나이 때문에) 내 목소리가 달라졌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신 그는 자신의 나이가 지닌 무게감을 사회에 대한 환원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을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사랑콘서트’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5월 5일 어린이날엔 소록도에서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선 공연도 펼친다.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개인적으론 예순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돕는 뜻 깊은 공연을 해보자는 취지에 동감했습니다. 기본적으론 매년 이런 자선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살인적인 스케줄이 쏟아져도 음악적 깊이만큼은 올곧게 지켜왔던 그다. 14일간 연속 공연을 하다가 목이 쉴까 염려돼 슬쩍 반 키를 낮춰 노래를 불렀다가 “도무지 노래하는 것 같지가 않아 다시는 키를 내려서 부르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도 있다. 그는 “혹시라도 목소리 키를 내려야만 하는 때가 온다면 나 자신에게 실망할 것 같다”며 “그때는 차라리 은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퇴 뒤의 삶에 대해선 단번에 “뮤지컬 제작”이라고 답했다. 평소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가요계 어른으로서 요즘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고 있다. 아이돌 가수의 영향이 커진 가요계에 대해 “음악을 잘 만들더라. 음악적인 영향을 우리 세대보다 더 빨리 흡수한 것 같다”고 짧게 평했다. 실제 그는 올해 갓 대학에 입학한 한 여자 뮤지컬 가수를 훈련시키며 후배 양성에도 힘쓰는 중이다.

“언제 은퇴할지 몰라도 노래를 그만두는 게 음악을 그만두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잖아요. 가수를 은퇴한다면 꼭 뮤지컬 제작을 해보고 싶습니다.” 공연 문의 1544-1555, 1566-1369.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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