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차분해야 할 질병관련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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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문이 건강과 관련한 보도를 할 때 생길 수 있는 역기능 중 하나가 위협적 내용으로 독자들 사이에 과다한 심리적 긴장감이나 공포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런 예는 질병뿐 아니라 범죄사건 기사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지난주 '홍역 확산을 막아라' (22일 1, 5면)라는 기사와 '휴대폰 전자파가 각종 이상증상 유발' (24일 1, 30면) 기사는 바로 이런 점에서 좀더 신중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었다.

홍역 단체접종에 관한 보도는 물론 예방의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관련기사의 제목이 '주사부위 부으면 빨리 병원에' , '호흡 곤란.두드러기 때도 의사 찾아야' , '이번 백신은 인도산… 볼거리 예방 못해' 등으로 다소 위협적이었다.

기사 내용도 이번 단체접종에는 볼거리 백신이 빠져있다고 하면서 볼거리에 걸리면 나타나게 되는 증상은 물론 고환염.난소염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을 상세히 열거하고, 수입된 인도산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까지 심층 보도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더욱 불안감과 공포심을 야기할 소지가 있었다.

홍역에 관한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도를 넘어 너무 과다한 정보를 한꺼번에 전해 불필요한 공포감을 유발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휴대폰 전자파가 각종 이상증상을 유발한다는 기사도 제목부터 자극적으로 뽑아 인과관계가 규명이 안된 부정적인 영향을 지나치게 강조, 독자들에게 집단적인 과민반응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이번 조사는 역학적 기반조사로 휴대폰과 발병간의 '연관성' 만 살펴볼 뿐 인과관계는 알 수 없는 연구결과인데, 연관성만 가지고 귀울림.어지럼증 등 신체의 각종 이상증상을 일으킨다고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관련기사에서도 휴대폰이 실제 질병의 발병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외국의 연구사례를 보더라도 7대 3의 비율로 무해론이 훨씬 우세한 상황에서 이상증후군을 1면에 열거, 강조한 것은 일종의 과장보도라 할 수 있다.

질병에 관한 보도는 국민 개개인에게 영향력이 크고, 그만큼 독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위협적인 보도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보다 차분하며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보도방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번씩 나오는 기사가 통계로 보는 혼인.이혼율 추세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매번 거의 똑같다. 이혼은 늘고, 총각과 결혼하는 재혼녀가 많아지고, 연상의 여성과 결혼하는 연하의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사의 내용 가운데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게 주요 외국과의 이혼율 비교다.

지난 24일자 '작년 12만쌍 이혼 사상 최고' (30면)의 기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구 1천명당 이혼건수인 조이혼율의 경우 우리나라가 2.5로 미국.영국보다는 낮지만, 스웨덴.독일.일본보다 높아 25개국 중 6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조이혼율을 가지고 국가간에 단순 비교하는 데는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혼의 기본 전제가 되는 결혼 자체가 적게 발생하고, 노년층이 많아 이혼건수가 적게 나타나는 사회구조를 가진 유럽이나 일본 등과 조이혼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자칫 부적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천일<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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