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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끌어안는 ‘열린 사회’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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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정책을 찾아볼 수 있다. 공립학교에서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수업에서 부진을 겪지 않도록 특별반을 운영한다. 담임을 따로 배정해 외국 학생들을 세심하게 챙기기도 한다. 동시에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학생은 엄격하게 다스린다.

우리와 다르게 생긴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의 실태는 어떤가. 아주 나쁜 버릇이 하나 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건성으로 대하는 것이다. 서양 선진국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그 반대다. 다문화 시대를 사는 오늘날에도 사대주의는 엄연히 살아 있다. 다문화 가정 자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그들을 향한 시선은 상당히 왜곡돼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할 재목으로 성장할 여지는 커 보이지 않는다.

최근의 한 언론 보도는 교육자의 한 사람인 나의 가슴을 저민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 중 30% 정도만 고교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헐벗고 굶주려도 자식 교육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그동안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땅의 미래 자산인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보도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다문화 가정과 그들의 자녀를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정부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학습 멘토링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고교도 마치지 못할 경우 우리 사회에 안정되게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투자를 통해 그들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방치할 경우 집단적인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화합과 통섭(統攝)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애정으로 보듬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실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도 피부 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경시(輕視)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러 법적 장치로 차별대우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있다. 다수의 유럽 국가는 현재의 유럽연합(EU)이라는 단일체제를 갖췄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서로 국경을 넘나들며 유사한 체제 속에서 다른 국가로 존재했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공부하고, 오스트리아나 영국에서 학문과 예술을 꽃피운 인물이 많다. 반목과 전쟁의 역사 속에서도 교류와 소통의 싹을 키워온 것이다.

이제 우리도 ‘열린 문화’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지금까지의 경제 성장과 문화적 성취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또한 경제력에 걸맞은 리더십도 세계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상용 부산교육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