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인사 비판하던 김우룡 ‘큰집·쪼인트’ 발언으로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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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MBC 김재철 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의 충돌 양상이 김 이사장의 자진 사퇴로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은 그간 MBC 인사 문제와 관련해 정면으로 맞서왔다. 발단은 김 사장이 MBC 노동조합에 방문진이 임명한 보도·제작 이사에 대한 인사 조치를 약속하면서다. 김 이사장이 “노조에 인사권을 선물로 준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김 사장은 약속대로 두 이사의 보직을 변경했다.

이즈음 방문진 내부에선 “‘노조의 인사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정면으로 뒤집었다”며 불만이 터졌다. MBC 관계사 인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협의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신동아에 김 이사장 인터뷰가 실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기사에서 김 이사장은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다). 김재철(사장)은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하니까). 그러니까 청소부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인사로)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18일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김재철 사장은 발끈했다. “공영방송 MBC를 매도하고 자존심을 짓밟은 처사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방문진도 19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김 이사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김 사장과의) 인사안 협의 문제로 감정이 격해져 있었고 약도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과장이나 실언, 감정적 대응이 나온 걸로 본다”고 해명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격론 끝에 “이사장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사회 직후 김 이사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자리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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