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태안군 옹도 등대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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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 항에서 8마일쯤 떨어진 옹도(甕島)는 사람이 살고 있는 무인도다.

이 섬이 '사람이 사는 무인도'로 불리게 된 것은 1907년에 생긴 등대(높이 18.5m)때문이다.이때부터 주민은 없지만 등대를 지키는 사람은 항상 이 섬에 있었다.

대산지방해양수산청 옹도 표지관리소 홍성규(57 ·기능직 6급 ·경력 33년),장풍근(52 ·기능직 6급 ·경력 24년),김봉수(30 ·1년)씨 등 세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두달은 섬에서,한달은 육지에서 일한다.두달간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꼼짝없이 섬에 갇힌다.교대로 2명씩 근무하기 때문에 섬에는 늘 두명이 남아 있다.식수는 빗물을 정수해서 마시고 식량은 한달에 한번씩 보급선이 공급해준다.

이들에겐 손님조차 찾아오지 않는다.그래서 고독은 이들의 가장 친한 친구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특별히 정해지지 않는다.할 일은 많지만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업무 특성상 근무자가 공동으로 힘을 합쳐야 할 때가 많아 수시로 일하고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식사는 각자 알아서 먹는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일몰과 일출시간에 맞춰 등대불을 켰다가 끄는 것이다.안개가 많이 끼거나 흐린 날에는 소리나 전파 등으로 등대위치를 알린다.

또 하루에 등대 주변을 항해하는 선박 수를 파악하고 풍향 ·풍속 ·기압 ·파고 등 기상을 측정,하루 5차례씩 서산기상대에 알린다.또 이곳의 에너지원인 태양전지 충전상태와 각종 장비 이상 유무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중 하나다.

홍씨는 67년 전북 어청도 등대에 첫발을 디딘 이후 지금까지 33년동안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서 살아왔다.

홍씨는 "부모님 제사는 물론이고 가족들 애경사에도 제대로 참석할 수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가족 생각에 눈물도 자주 흘린다"고 말했다.

인천출신인 장씨는 "두달 근무를 위해 섬에 도착한 날부터 육지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하지만 선박들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뿌듯한 보람"이라고 말했다.

옹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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