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북·미] '북 미사일' 대 '미 NM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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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취임사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기에 새로운 공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대량파괴무기에 맞설 것" 이라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적극 추진과 맞물려 6.15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고위급 교차방문 등으로 형성된 한반도 화해기류에 한바탕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 '북한 미사일은 제거 대상'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한 경계를 풀지 않겠다" 며 "정말 값있는 무언가를 받지 못하면 아무것도 주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의 미사일 포기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온 국방연구원(KIDA) 김창수(金昌秀)박사는 "미국은 북한에 대해 관계개선 조건으로 장거리 미사일 포기를 강요할 것" 이라며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 포기 조건으로 내세운 인공위성 발사 지원 등 어떤 대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올브라이트 전 미국무장관과 조명록(趙明祿) 북한군 총참모장이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며 엮어낸 합의틀은 백지화할 가능성이 있다.

양측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는 대신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대북지원.인공위성 대신 발사 등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 '신냉전 기류 만드는 NMD' 〓부시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해서라도 NMD를 개발하겠다" 고 말했다.

문제는 NMD가 북한 미사일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미국은 'NMD는 북한 등 우려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 이라는 구실을 대왔다.

군.산 복합체들의 지원을 받는 부시로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증폭시켜 무기판매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럴 경우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북한 등이 모두 반발할 게 확실시돼 한반도 기류를 더욱 냉랭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대학원 최종철(崔鍾澈)교수는 "동맹을 중시하는 부시가 NMD구축과 더불어 전역미사일방위(TMD)체제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며 "만약 한국이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북-중-러 3각구도에 의한 신냉전기류가 형성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전망〓연세대 문정인(文正仁)국제학 대학원장은 "북한 미사일을 둘러싼 북.미간 시각차가 크지만 회의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면서 "부시측이 한국의 대북 화해정책을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양측 사이에 '낮은 단계의 현실적인 협상' 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TMD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면 연구개발 등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도 미사일 방어를 보장받기 어렵다" 며 "1999년 정부가 밝힌 'TMD 불참 원칙' 은 변함이 없다" 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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