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돈' 수사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안기부 총선자금 지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 소환 조사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분위기다.

검찰이 안기부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관련 정치인들을 조사하지 않기로 한 데다 權전부장 조사에서도 수사를 확대할 만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도 이같은 관측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17일 "이번 수사를 둘러싼 소모적 정쟁에 휘말리느니 정치인 부분은 과감하게 떨어낼 생각" 이라고 말했다.

또 "곁가지를 쳐내고 안기부가 총선자금을 신한국당에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데 관여한 사람들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원종(李源宗)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선 소환 계획이 없다" 고 못박았다.

그러나 국기(國基)문란 행위에 대한 수사 의지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으로 구속 기소되는 사람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 한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權전부장도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나라당 강삼재 부총재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은 "앞으로 수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현철(金賢哲)씨의 개입 혐의가 나오면 투명하게 수사한다는 원칙" 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역없는 수사' 라는 명분을 강조하는 수준이지 실제로 수사가 그 부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즉 검찰이 안기부 자금 횡령 과정에서 청와대 고위 인사들의 개입 여부를 포착했다기보다 '축소 수사' 를 지적하는 비난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 수사가 끝나는 단계라고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검찰이 姜부총재의 사법처리를 위한 증거 수집을 계속하는 데다 자금 추적 작업을 계속할 경우 또다른 거물 정치인들의 연루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국 상황에 따라 다시 불이 붙을 소지도 없지 않다.

박재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