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와 장기 금리 섞은 ‘짬짜면’식 대출 상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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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호 26면

‘외상이면 소도 잡는다’. 우리네 속담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가계 빚이 700조원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추산한 가구 수로 나눠보면 가구당 4213만원씩 빚을 진 셈이다.빚이 많다 보니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큰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로 12개월째 동결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시장 금리는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은행의 가계대출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연 5.95%를 기록했다.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주일의 HOT 금융상품 - 신한은행 ‘금리혼합 대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 대출은 고정금리, 곧 금리 변동폭이 작은 장기금리로 받아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장기금리로 대출받자니 단기금리에 비해 비싸다. 그렇다고 당장 싸다고 단기금리를 기준으로 대출받았다가 금리가 오르면 위험이 클 수 있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이나 짬뽕이냐를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과 비슷하다.

중국집에서는 이런 고민을 ‘짬짜면’으로 풀었다. 그릇을 나눠 반은 자장면, 반은 짬뽕을 담아내는 식이다. 대출도 단기와 장기 금리 기준을 섞으면 어떨까. 신한은행에 지난해 11월부터 개인들에게 판매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신한 금리혼합 대출’ 이 이렇다. 하나의 대출에 단기와 장기 금리가 기준인 대출금이 동시에 존재한다.

최초 계약을 할 때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과 금융채 6개월물 가운데서 단기금리를 선택한다. 또 금융채 1·2·3·5년 금리 가운데서 하나를 골라 장기금리를 정한다. 그러고 나서 단기와 장기 금리의 대출금 비율을 결정한다. 비율은 장기와 단기가 각각 ①20:80 ②40:60 ③50:50 ④60:40 ⑤80:20 등 다섯 가지 가운데서 고르면 된다.
예를 들어 경기가 확연히 좋아져 앞으로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은 장기 금리를 80%로 가져가고 단기 금리를 20%만 선택한다. 반대로 유럽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고 글로벌 경기 회복도 지연되면서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단기 금리를 80%, 장기 금리를 20%로 선택한다. 잘 모르겠다면 장·단기 금리를 반반씩 적용해 대출을 받는다.

최초 선택한 비율은 대출 기간 내 바꿀 수 없다. 다만 대출 연기나 대환을 할 때는 변경이 가능하다. 대출 기간은 1년 이상 30년 이내다. 집단 대출은 안 되고 건별 대출에만 적용 가능하다. 만기 일시상환과 분할상환, 둘 다 가능하다.

상환할 때에도 단기와 장기 금리 대출금이 동일한 비율대로 상환된다. 예를 들어 단기와 장기비율 구성이 60:40이라면 1억원 상환 시 단기금리 6000만원, 장기금리 4000만원이 상환된다. 금융감독원이 선정한 2009년 최우수 금융 신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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