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국회열자" 야 "사과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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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국회파행 닷새째인 22일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에게 전화를 했다.

정균환 총무는 통화에서 "공적자금 처리문제가 급하니 재경위라도 열자" 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창화 총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 등 국회정상화 선행조건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며 거부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직 여야간의 접점은 찾아지지 않고 있다. 양당 모두 스스로 해법을 마련할 생각보다 상대방이 양보안을 들고 나오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경제 내세워 야당 등원 압박=민주당은 서영훈(徐英勳)대표 주재의 당무회의 뒤 "공적자금을 제때에 투입하지 않으면 국가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 (朴炳錫대변인)이라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당내 경제통인 정세균(丁世均)의원은 "공적자금 처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사항" 이라며 "동남아 금융시장과 같은 혼란을 막으려면 시간이 없다" 고 주장했다.

고위관계자는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공적자금 우선처리를 지지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적자금 외에도 이날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이 최인기(崔仁基)행정자치.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김호진(金浩鎭)노동부장관과 실업.빈곤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회의를 했고 오후엔 농어가 부채경감대책위를 긴급 구성, 첫회의를 열었다.

물론 민주당의 고민도 적지 않다. 국회운영을 잘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당정 쇄신론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서영훈 대표가 "개편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총재(김대중 대통령)도 그럴 것" 이라며 차단을 시도했지만 "현 지도부의 역량으로는 향후 정국도 풀어나가지 못할 것" (한 초선의원)이라는 '한계론' 도 다시 제기되는 상태다.

◇"언제든 국회 정상화에 대비"=한나라당 역시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주재한 총재단회의에서 대여(對與)공세의 결의를 다졌다.

당내엔 대통령사과,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 사퇴,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 해임 관철을 요구하는 강경기류가 다수다.

하지만 경제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한나라당도 잘 알고 있다. 李총재는 "국회가 정상화됐을 경우 각종 법안과 예산안을 즉각 처리할 수 있도록 상임위별로 심의를 시작하라" 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국회파행 중에 (의원들이)부적절한 행동으로 국민의 눈총을 받지 않도록 하라" 고 했는데 골프자제를 당부한 것이라고 한다.

李총재는 이번주 초 진념 재경부장관으로부터 두번이나 "협조해달라" 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李총재는 또 10명의 총무단과 오찬을 함께 하며 "총무접촉을 활발히 해라. 마치 우리 당이 총무접촉을 거절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고 지시했다.

이양수.최상연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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