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차 매장에 양탄자 필요한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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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현대·기아차 글로벌 인턴십 출신 신입사원 이상현(27)·이현아(24)·소은찬(27)씨(왼쪽부터). [현대·기아차 제공]

“터키 사람들은 대중매체 광고를 보고 구매하기보다는 쇼룸에서 직접 차를 만져보고 사는 경향이 있더군요. 현대차 쇼룸 혁신을 위해 터키 딜러들을 대상으로 쇼룸 경연대회를 열어 보는 건 어떨까요. 전시된 자동차 밑에 이슬람 양탄자를 깔면 터키인들에게 훨씬 친숙해질 것 같습니다.”

지난달 25일 신입사원 입문교육이 진행 중인 현대·기아차의 충남 천안 연수원. 신입사원 소은찬(27)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했다.

이제 겨우 3주차 신입사원치고는 꽤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다. 입사 전 현대차 터키 이스탄불 법인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첫 도입한 글로벌 인턴십은 중국·인도·터키·러시아·체코 등 전략적 해외법인에 7주간 인턴을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24명을 뽑아 이 중 현대·기아차에 지원한 18명은 모두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룹 차원에서 해외법인에 인턴을 파견하는 것은 국내에서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 2011년까지 모두 100여 명의 인턴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도 3월 중 현지 언어를 전공했거나 구사할 수 있는 대학 졸업 예정자를 선발한다. 이날 천안 연수원에서는 소씨처럼 글로벌 인턴십을 거쳐 신입사원이 된 이상현(27)·이현아(24)씨도 함께 만났다. 그들의 세포 속엔 예전 세대에서 찾아볼 수 없던 ‘글로벌 DNA’가 흐르는 듯했다.

지난해 9월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차 남부지역 판매본부에 파견된 이현아씨. 인도 법인에서 그는 각종 판촉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맡았다. 이씨는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차 뒤에 내걸린 ‘Please Horn(경적 소리를 내주세요)’이라는 안내문을 통해 인도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앞차를 추월할 때 최대한 시끄럽게 경적 소리를 내는 것이 예의다. 이씨는 “교통체계가 엉망이라서 차량 이동 때 무척 힘들었지만, 팽창하는 인도의 구매력과 시장점유율이 부쩍 높아진 현대차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 법인에 파견된 이상현씨는 홍보부에 배치돼 현지 신차 발표회나 기업 설명회 등을 준비했다. 국내 한 은행의 베이징 주재원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어려서 5년간 중국 생활을 했던 이씨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달라진 베이징 거리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자전거족으로 가득했던 거리가 이제는 자동차가 많아져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질 정도가 된 것이다. 이씨는 “중국 사람들이 이제는 자전거보다 자동차를 더 갖고 싶어하더라”며 “특히 택시 중 절반은 현대차 모델이어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 세 명의 신입사원은 글로벌영업본부에 배치될 예정이다. 그들은 해외 진출에 필요한 갖가지 현지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이상현씨는 “큰 차체와 화려한 외관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춰 신차 모델 개발이 이뤄져야겠더라”고 말했다. 이현아씨는 “인도인들은 차가 부서져도 잘 고치지 않기 때문에 내구성 있는 차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은찬씨는 “터키에서는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차체는 크더라도 배기량은 작은 차량을 개발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고 했다.

천안=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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