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관 외압설 '뇌관' 터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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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용보증기금 전 서울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는 아크월드사 박혜룡(朴惠龍)씨 형제와 박지원 문화부장관의 지급보증 압력을 거부한 이유로 면직되고 수배자 신세가 됐다고 주장해왔다.

그가 오는 21일 검찰에 출두키로 함에 따라 신용보증기금 지급보증 압력의혹사건의 실체가 얼마나 밝혀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이 주목받는 것은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과는 달리 朴장관이 직접 지급보증 압력을 넣었다는 李씨의 주장 때문이다.

한빛은행 사건에서는 신창섭 전 서울 관악지점장의 무리한 대출을 한빛은행 본점이 별로 제지하지 않았던 점과 박혜룡씨 형제와 朴장관의 관계로 미루어 朴장관도 어떤 연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뿐이었다.

검찰은 실제로 한빛은행 이수길(李洙吉)부행장 등이 朴장관 관련설을 부인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李씨는 신용보증건과 관련해서는 "朴장관으로부터 압력 전화를 두차례 받았다" 며 실명을 직접 거론해 왔다. 따라서 수사를 맡을 서울 동부지청도 李씨의 주장을 그냥 묵살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李씨의 측근인 吳모씨는 17일에도 "지난 2월 초순 박혜룡씨를 찾아가 '신용보증기금건을 사회문제화하겠다' 고 하자, 朴씨가 '삼촌(박지원 장관)에게 말씀드렸다' 고 말한 적이 있다는 설명을 동국대 동창회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朴장관과 朴씨는 따지면 먼 친척뻘에 불과하다' 고 밝혔던 검찰의 설명도 문제가 된다.

여기에 朴장관이 李씨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한 동국대 총동창회 사무총장 지찬경씨와 세차례나 접촉한 이유나 그 내용도 명확히 해명되고 있지 않다.

또 지급보증을 제대로 해주지 않자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듯한 신용보증기금 수뇌부가 사표 제출을 요구했고, 경찰 사직동팀으로부터 보복 내사까지 받았다는 李씨 주장도 수사과정에서 큰 뇌관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李씨 주변인물들은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李씨가 약속대로 출두하는지부터 우선 보겠다" 며 "출두하면 수사 원칙대로 하나씩 확인하겠다" 는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한빛은행 사건 때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朴장관이 지급보증 압력을 넣었다고 판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거꾸로 李씨의 주장이 틀렸다고 발표할 경우 이를 그대로 믿을 국민이 별로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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