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하청 업체 '전략적 동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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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전기 생산업체인 ㈜케이디파워의 경기도 김포공장엔 회사 이름이 어느 곳에도 붙어 있지 않다.

간판 대신 공장 벽면에 '디지털테크노피아' 란 말이 큼찍하게 써 있을 따름이다.

또 케이디파워가 지난 5월 이 공장을 완공하면서 디지털 계측기기 업체인 동일기계 등 7개 중소협력업체를 동시에 입주시켰지만 이들 업체의 간판도 걸려 있지 않다.

다만 공장입구에 놓인 큰 머릿돌에 얼핏 정치선전 문구 같은 '한사람이 가는 곳에 우리 모두가 간다' 란 글이 새겨져 있다.

회사 이름만 알고 공장을 찾다간 낭패보기 일쑤다.

그렇다고 이 공장이 유사업종의 회사끼리 만든 협동화 사업장도 아니다.

케이디파워가 3천여평 규모의 김포 공장을 건설해 협력업체와의 '한가족 경영' 을 표방한 결과다.

케이디파워는 협력업체의 독립적 경영을 보장하면서 제품개발과 연구를 위한 '전략적 동거' 를 선택했다.

협력업체는 보유기술과 생산 인력만 갖고 이 공장에 들어왔다.

케이디파워는 공작 기계 등 기본 생산시설을 설치해주고 임대료도 안 받는다.

납품 대금은 현금으로 주고 협력업체들이 함께 개발한 신제품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 케이디파워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의 연구인력들이 이 회사 중앙연구소에 파견돼 함께 일하고 한달에 두차례씩 협력업체 사장단 회의도 한다.

때문에 제품연구와 생산업무에선 협력업체.케이디파워 직원의 구분이 없다.

이런 협력의 결과로 케이디파워는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공장이나 빌딩 등의 전력을 제어하는 지능형 전력제어기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국내외의 주문이 밀려 납기를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 박기주 사장은 "제품 생산.기획 이외의 연구개발.생산은 협력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해 이 공장 안에서 아웃소싱하고 있다" 며 "분업생산 체제를 갖춤으로써 제품 개발속도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협력업체인 새론소프트 권영복 사장은 "독자적인 영업망을 갖추지 않고서도 고정적인 매출을 올리게 됐다" 고 설명했다.

케이디파워는 지능형 변전실 등 웹 기반의 전력제어기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20세기 한국 1백대 기술' 업체로 꼽혔다.

이 회사의 올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4백% 늘린 '지난해보다 4백% 늘어난 3백억원이다.

김포〓고윤희 기자

***바로잡습니다

◇ 8월 30일자 33면 '원청-하청 업체 전략적 동거' 기사 중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협력업체인' 부분에서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협력업체인 새론소프트 권영복 사장은 "독자적인 영업망을 갖추지 않고서도 고정적인 매출을 올리게 됐다" 라고 설명했다' 의 탈자이었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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