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피플] 통신서 화제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이희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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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오늘 아침 아이가 잘 놀다가 칭얼거린다. 난 졸음을 쫓을 수 없어 그냥 누워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본격적으로 칭얼거리기 시작할 때 난 내 자리에서 아이가 있는 곳으로 얼른 옮겼다. 졸린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아양을 떤다. 아이는 금세 방긋 웃는다... "

한 네티즌이 PC통신 천리안의 게시판인 '나도 한마디(go WORD)' 에 '아빠가 쓴 육아일기' 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그는 지난달 6일 이후 모두 68편의 육아일기를 거의 매일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37세의 나이에 늦장가를 가 올초 아들 재윤(생후 5개월)이를 얻은 이희관(李羲管.38.서울 성북구 삼선동)씨.

가톨릭신학대 총무과에 근무하고 있는 李씨는 "아내가 임신 당시 입덧이 심해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고생을 했었다" 면서 "우리 부부가 아들을 얼마나 열심히 키웠는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다른 사람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PC통신 게시판에 글을 올렸지만 차츰 많은 네티즌들이 "재미있다" "따뜻하다" 는 e-메일을 보내는 등 호응이 좋아 매일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전 부산에 사는 장애인으로부터 내 글을 읽고 힘을 얻었다는 e-메일을 받았어요. 또 5년전 미숙아 쌍둥이를 낳았다는 한 아버지는 자신도 아이를 키우기 힘들었다며 격려성 편지를 보내기도 했답니다."

李씨는 5년 전부터 PC통신을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이용한 것은 아들 재윤이를 낳은 후부터라고 한다. 육아정보를 찾기 위해 PC통신을 뒤적였다는 그는 이젠 하루 고정독자 1백여명을 보유한 '사이버 작가' 가 됐다.

李씨는 "퇴근 후 2~3시간씩 육아일기를 쓰는데 휴가 등으로 하루 이틀 글을 못 올리면 왜 글을 올리지 않느냐는 e-메일이 빗발치곤 한다" 면서 "최소한 아들 돌잔치를 할 때까지 글을 올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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