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개각] DJ의 후반기 국정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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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관리의 틀을 새로 짰다. 7일 11개 장관(급)을 바꿔 집권2기 내각이 출범했다.

8.7개각에서 金대통령은 '문제가 있다' 고 판단해온 장관을 경질하는 '보완' 쪽에 치중했다.

경제팀의 교체 폭이 컸지만 팀내 자리이동이 많았다.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의 이미지를 선택한 셈이다. 이같은 결정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참모들끼리 상당한 논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개혁 피로증' 으로 표현되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개혁을 새롭게 밀어붙이기 위해선 내각의 인적구성을 바꾸는 대폭 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런 건의는 뒤로 밀렸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면적 개각은 화려하고 면모일신의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국정관리의 위험부담이 있다" 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개각이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지만 집권 후반기엔 정책 일관성의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고 덧붙였다. 오는 25일은 金대통령의 임기 중간시점이다.

청와대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인적구성이 이뤄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추진력이 강화됐다는 점이 개각에서 두드러진다" 고 말했다.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과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도 '과감한 실천력' 을 높이 사 기용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이번 경제팀이 훨씬 유연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미뤄졌던 현대사태 해결이 이들에게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이 이끌어온 외교안보팀은 그대로 유지됐다. 朴대변인은 "대북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는 金대통령의 평가를 전했다.

임기 후반의 국가기강과 사회안정을 담당할 김정길(金正吉)법무부.최인기(崔仁基)행정자치부장관도 신임을 재확인했다.

지식정보사회의 일류국가를 국정목표로 설정한 金대통령은 교육부장관을 팀장으로 인적자원개발팀을 운영하기로 하고, '아이디어가 많고 추진력이 있다' 는 평가를 한 송자(宋梓)명지대총장을 기용했다.

그동안 미뤄온 문책인사가 자연스럽게 따랐다. 이헌재(李憲宰)전 재정경제부장관은 경제팀 내부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은 데, 문용린(文龍鱗)전 교육부장관은 과외문제 등 구설에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두 사람은 지난 1.13개각 때 기용돼 단명(短命)장관이 됐다. 또 차흥봉(車興奉)전 보건복지부장관 경질에 따른 사회부처의 이동도 의약분업 파문과 관련한 문책인사로 해석된다.

여기에 자민련과의 공조가 복원되면서 한갑수(韓甲洙)농림부.신국환(辛國煥)산업자원부장관을 자민련 몫으로 임명한 것이 개각의 골격을 이룬 셈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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