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소설 목민심서'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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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요즘의 역사 드라마는 대부분이 김수현식의 자극적인, 무늬만 역사 드라마다. 이제서야 긴 가뭄끝에 한줄기 비를 만난 느낌이다."

한 시청자(shepro)가 KBS 홈페이지의 시청자 코너에 띄운 글의 일부다.

그가 칭찬한 '가뭄 끝의 한줄기 비' 같은 프로그램은 KBS 2TV의 역사 다큐멘터리 '소설 목민심서' (월~금 밤 9시20분)다.

이 프로가 요즘 난처한 처지에 놓여 있다. 특별한 애착을 보이는 일부 시청자들에겐 호평을 받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시청률이 6% 안팎(TNS미디어코리아 조사)으로 저조해 제작진을 애태우고 있는 것이다.

'소설 목민심서' 는 다산 정약용의 일대기. 현재의 시점에서 그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가 역사 속 과거의 정약용과 교류를 나누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공을 초월한 설정과 역사책 읽는 듯한 풍부한 내용, 주인공(이진우.김성령.김규철 등)들의 담담한 연기 등이 특히 강점. 그러나 내용과 품격에 상관없이 시청률이라는 가혹한 잣대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다큐드라마란 생소한 형식이 아무래도 거슬리는가 보다. 허구적 상상력보다 교육적 기능이 우선한 전략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이제 주요 등장인물들이 다 선보였으니 이슈 중심에서 벗어나 이들의 '인간탐구' 에 중점을 둘 계획이어서 반등을 기대한다." KBS TV1국 남성우 주간의 분석이다.

'소설 목민심서' 는 형식의 독특함 못지 않게 제작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는 작품이어서 시작전부터 그 성공 여부가 주목됐다.

교양물 담당PD(8명의 PD가 2인 4개조로 돌아가면서 한편씩을 만든다)들이 드라마로 눈을 돌린 것. 이런 영역파괴는 고루했던 방송국 제작시스템의 변혁일 수 있으나 이쯤에서 가속도가 붙지 않으면 '시도는 좋았으나' 하는 아쉬움 속에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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