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선수 머리색깔도 감독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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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내 머리도 마음대로 못해요. "

머리를 색색깔로 물들이고 그라운드를 누벼온 프로축구 신세대 선수들의 입이 튀어나왔다. 감독을 비롯, 동료 선수들이 머리색깔까지 간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규리그 신인왕 이성재(부천 SK)는 최근 빨강머리를 짙은 갈색으로 바꾸었다가 조윤환 감독의 지시로 다시 빨간색으로 염색했다.

조감독은 이성재의 빨강머리가 공격적인 부천의 팀 컬러와 일치한다는 이유로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

뿐만 아니라 조감독은 '골넣는 골키퍼' 이용발에게 더욱 튈 것을 주문하며 패션 조언까지 해주고 있다.

대전 시티즌 김기복 감독은 지난 17일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서 0 - 1로 패한 뒤 울긋불긋한 선수들의 머리색을 모두 정상 복구하도록 지시했다.

김감독은 팀워크와 함께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머리 염색의 원조격인 선수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정상 모발' 로 바꾼 대전 선수들은 지난 21일 김은중.이관우 등 주전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부산 아이콘스를 완파하며 안양 LG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포항 스틸러스의 정기동 골키퍼 코치는 지난달말 모발을 갈색으로 염색한 뒤 골키퍼 조준호에게도 염색을 권고했다.

다소 내성적인 조준호가 김병지(울산).이용발(부천) 못지않게 튀는 머리색깔로 염색하면 자신감이 붙어 골문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갈색으로 염색한 조는 기대대로 최근 세 경기에서 2점만 허용하며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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