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정치] 여의도는 지금 ‘출판의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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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면서 ‘출판의 계절’이다. 정치인들에게 올가을의 의미는 후자다. 내년 지방선거나 전당대회 등을 겨냥한 경우가 많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를 그만둔 뒤 하루 3~4시간씩 집필에 매달렸다. 그 결과가 에세이집 『변방』이다. 스스로를 ‘비주류’로 불러온 홍 의원이 정한 제목이다. 그는 차기 당 대표 도전설이 돌고 있다. 홍 의원은 “고려대 재학 시절 만났던 첫사랑 이야기도 썼다가 아내가 말려 삭제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30일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이란 책을 낸다. 그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나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썼던 수식어가 그대로 제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광주시장에 도전장을 낸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도 『도전』이라는 책을 냈다. 투박한 스타일과 사투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가 밝힌 인사청탁 퇴치법이 재미있다. 그중 한 대목-. “나는 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 방엔 요 위에 감시카메라가 있소. 찍히면 우리 둘 다 죽습니다’ … .”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벽을 문으로』의 출판기념회(24일) 축사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이해찬 전 총리 등 중량급 인사들에게 부탁했다. 6개월째 박사급 전문가 10여 명과 매주 한 번씩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박주선 최고위원은 조만간 정책비전서를 낸다.

정치인의 책이라고 정치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선친인 고 이중재 전 의원이 세 아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기록한 ‘성장일기’의 출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람은 따뜻한 시선으로 자란다』는 제목이 붙었다.

같은 당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 8월 호주 정부 초청으로 호주의 정·관계, 금융, 문화, 교육계를 방문한 결과보고서(사진)를 책자로 냈다. 열흘간 보고 들은 내용과 함께 직접 찍은 사진들도 인상적이다. 등단 시인인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싯다르타에서 빌 게이츠까지』를 최근 탈고했다. 유명인사 40명의 연설문에 자신의 평가를 덧붙였다. 같은 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7월에 낸 『한국정치와 새로운 헌법질서』의 출판기념회를 18일에서야 열었다. DJ 서거 등 정치 일정에 밀린 탓이다.

임장혁·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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